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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Oct 13. 2023

남편 브런치앱을 삭제했다

근데 삭제가 되지 않았다

남편과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고싶은데

남편이 보고있다고 생각하니

선뜻 글이 올려지지가 않았다.


처음 브런치 시작할때 구독자가 0명이라

너무 휑한것 같아 별생각 없이

남편한테 얼렁 내꺼 구독하라 한것이 화근이었다.


남편은 당연히 나를 응원할 마음으로

앱도깔고 구독했다.

남의글도 안보고 내글만 알림뜨면 본다.


화장실 들어갈때 나올때 마음 다르다고

지금 내가 그렇다.

글을 쓰다보니 결국 소재는 내 생활속에 있고

내 마음을 가끔 적나라하게 적고 싶은데

지켜보고 있다니 마음에 걸린다.


안되겠다 싶어서

남편 몰래 남편 폰 바탕화면에서 브런치앱을 꾹-눌러

삭제하기를 선택했다.

삭제 됐겠지?? (씨익)


“쉬지 않는 부부의 리스크”를 호기롭게 올리고

며칠째 아무 반응이 없는 남편을 보며

앱이 잘 삭제 된줄 알았다.


먼길 차타고 가는 길에 슬쩍- 떠보았다.

"최근에 올린 글 혹시 봤어?"

"응 봤지. 뭐라 한마디 할라다가 참았다."

(컥!! 이런. 안지워졌구나. )


처음에는 앱이 삭제 되지 않아서 아숩다 싶었다.

그러나 이성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동의까지는 구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너무 사적인 부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건 실례가 맞다는 판단이 섰다.

사실 남편과의 이야기인데 남편의 동의없이 올린다는건 좀 석연찮은 면은 있긴있다.

그가 어디까지 수용할수 있을진 모르니까.


브런치 인기글이나 브런치 인기북 중에는

남편의 불륜 등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분들은 그냥 올리는 걸까?

작가의 남편들은 다들 아주 대인배이신걸까,

아님 마누라가 자기 글쓰고 있는걸 모르고 있는걸까,

별 관심이 없어 아예 읽지를 않는 걸까.

볼때마다 궁금하긴 하다.


관계가 끝난 사이라면 쉬울수도 있겠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내용만 아니라면.

나도 두번다시 볼일 없는 전남친들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면, 날을 한껏 세워

욕한바가지씩 쓰고 올릴수 있을듯 하다.


이 매거진의 제목이

“남편과 싸우지 않기로 다짐하다”라서

앞으로 무리한 내용을 올리거나

제발 앱 좀 지워달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굳이 남편이 알아서 좋을리 없는

내 이기적인 생각들을 적어 올려

가정에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긴 없다.


최종 목표가 남편과 잘 지내기인데

글쓴답시고 괜한 욕심내서

상대에게 혹시나 상처를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남 이야기면 조심할텐데

가족은 보통 쉽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남편이 보면 안되는 남편의 글은 안올리는게 맞겠지.


2프로 덜 자극적이고도 진솔한 글,

도움되면서도 재밌는 글을 쓸 방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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