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지 않도록 하는것
"와. 또 주말이가. 왤케 자주오노"
나도 모르게 나온 이 한마디에
남편은 살짝 빈정이 상한다.
"자기는 평일 낮에 쉬니까 주말이 싫겠지.
매일 출근하는 나는 주말만 기다리는데
그런 얘기는 내앞에서 하지마라."
(깨갱.. 네..)
맞다. 내 배려가 부족했네.
순간 아차싶었다.
아주 예전 예능에서 "아빠는 ATM기"라고
아빠의 고충들을 비꼬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걸
본적이 있다. 김구라가 만들었었던가...
그걸 만들고 부르고 같이 웃는 사람들은
모두 아빠들이었다.
나의 육아휴직 5년차,
남편 외벌이,
4인가족의 생계가 빠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굴러 간다.
우리 가족이 그럭저럭 잘지내는 이면에는
경제적 버팀목 남편이 언제나 있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컨디션이 좋으나 안좋으나
가족을 위해 쉬지않고 출근하는 남편.
생각해보니
자기 시간좀 내어 달라는 요구도 없는 우리남편.
고작 하는거라고는 집에와서 기타 좀 치고 게임 좀하고
애들 귀여운거 보면서 웃음짓는게 다다.
낮에 내시간에 커피 한잔마시고 바람도 쐬면서
같은시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남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내가 살짝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남편은 또 고맙게 기뻐하며 힘을 내준다.
내 역할은 무엇일까.
남편이 스스로 atm기 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는것.
남편의 노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것.
고맙다고 표현하는것.
가정의 따스함을 채워주는것이 내 할일이다.
내 '돌봄'의 역할은 아이에게만 국한된것이 아니라
남편까지 포함인 것이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반갑게 맞이를 하고
저녁을 먹는 남편 앞에서 조잘조잘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매일 회사-집을 반복하는 남편에게
나는 내가 하루동안 겪은
온갖 세상이야기를 시시콜콜 전해준다.
내가 한동안 동화책때매 바빠서
퇴근한 남편에게 소홀히 한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진심으로 서운해 했었다.
저녁에 짧게라도 얼굴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일이
남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었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쌔빠지게 일하고 왔는데
보는둥 마는둥 하면 나라도 기분나쁠것 같다.
(혹시나 퇴근하고 혼자 멍때리며 밥먹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 오자마자 마누라가
이야기를 쏟아내면 또 피곤할 수도 있으니까-
남편은 내가 앞에 앉아 이야기 해주는게 좋다고 했다.)
여태 내 힘든것만 생각했는데
생색한번 안내고 매일 출근길을 나서는 남편이
얼마나 고단할까 미안해지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편안함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여보야!! 오늘 회식가서 신나게 잘 놀다와!!
내일 아침에 내가 차태워줄게!!"
(to. 브런치앱 삭제안되서 이글을 볼 남편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