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 아이가 화낼 때입니다. 아이가 말도 안 되는 걸로 고집부리고 떼쓰는 경우가 많죠. 아이는 자기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엄마가 봤을 때는 이해가 안 가요. 아이가 징징거리도 떼쓰는 걸 엄마는 견디기 힘들어요. 엄마가 지치는 큰 이유 중에 하나죠. 저도 첫아이가 말이 트이기 전까지는 진짜 떼쓰기가 어마어마했어요. 신생아 둘째 키우느라 얼마 안 남은 체력과 멘탈까지 다 털렸었죠. 그 시절 UCLA 소아과 전문의가 쓴 <우당탕탕, 작은 원시인이 나타났어요>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는 원시인이다. 아직 사람이 아니다’를 매일 되뇌었네요. 맘카페와 인스타에 하소연글도 올렸어요. 많은 엄마들이 나도 죽겠다며 공감의 댓글들을 달아준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둘째가 딱 18개월이라 툭하면 악을 쓰며 울고불고해요. 요구사항은 많아지고 의사표현은 잘 안되니 짜증이 폭발하겠죠.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될 것 같으면서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안되니까요. 엄마조차 자기 뜻을 빨리 알아차려주지 못하니까요. 안된다는 건 또 왜 이렇게 많은지.
1. 부정적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짜증 나고 화나고 우울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일이죠.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면서 해소를 합니다. 울고 나면 시원해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럴 기회를 잘 주고 있나요? 무언가에 부정적 감정이 생겨서 표출하는 아이에게 자꾸 그만하라거나, 마냥 괜찮다는 식으로 대처하면 안 됩니다.
엄마는 아이의 징징거림을 듣고 있기 힘들기 때문에 자꾸 그만하게끔 합니다. 그 불편한 상황을 빨리 종결시키고 싶은 거죠. 엄마가 아이가 떼쓰는 걸 못 참고 욱하며 크게 화를 낸다면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이가 놀라고 무섭겠죠. 위협적인 상황이라 인식하여 본능적으로 더 강해 보이고 더 세 보이도록 소리를 지르고 더 크게 화를 냅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엄마가 무슨 말을 한들 귀에 들어오지 않게 돼요. 결국 아이와 엄마가 이성을 잃고 싸우고 난리가 납니다. 물론 엄마가 화내는 방법으로 아이의 행동을 당장 멈추게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아이가 무서워서 경직된 거예요. 아이의 감정은 해소되지 않은 채요. 정신분석 상담가 박우란 님의 책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에서 이런 말이 있어요. “애도되지 않은 감정은 반드시 돌아온다”. 아이의 마음속에 남은 감정이 쌓이고 떠돌다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요.
2. 아이에게 화를 내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자.
엄마는 견디기 힘든 아이의 화. 빨리 잠재우는 방법 뭐 없나요? 그 방법은 아이에게 오히려 시간을 주는 거예요. 엄마는 "뭐 어쩌라는 거야"하며 자꾸 해결하려 합니다. 불편한 이 상황을 빨리 끝을 보려고 하죠. 하지만 조급할수록 상황이 더 나빠집니다. 아이가 화났을 때는 조금 기다려주고 화를 낼 기회를 주세요. 엄마는 초연해질 필요가 있어요. 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이에요. 아이의 감정까지 엄마가 통제하려고 들지 마세요. 떼는 언젠가는 끝납니다. 엄마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보니 옆에서 자꾸 휘말려요. 절대 아이 감정의 늪에 같이 빠지면 안 됩니다.
아이도 자기가 하고 싶은 뭐가 안된다는데, 알겠지만 마음은 싫은 거죠. 아이가 자기의 싫은 감정을 표출하고 스스로 추슬러야 해요. 그건 엄마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거예요. 그럴 새도 없이 엄마가 윽박질러온다면, 아이는 살아가면서 앞으로 수없이 생기는 부정적 감정을 다룰 기회도 놓치게 될 거예요. 아이는 감정을 컨트롤하고 표현함에 있어 훨씬 어른보다 서툴러요. 어른인 우리도 화날 때 기분을 조절하기가 어려운걸요. 아이가 우는 것은 엄마를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3. 아이의 감정을 되풀이해서 말해 주자.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되풀이해서 말해주세요. “도대체 왜 그러니”, “또 그런다”, “그만해 뚝”, “별것도 아닌 걸로” 이런 말 말고요. 열받은 아이가 자기가 왜 화가 났는지 그 이유를 또박또박 이성적으로 대답할리가 있겠나요. 내가 네 마음 안다!! 이해했다!! 이걸 계속 확인시켜 주면 훨씬 누그러집니다. 긴말 말고 짧은 문구로 되풀이해서 말해주세요. 화났을 땐 조곤조곤 설명하거나 설득한다고 해서 들리지도 않아요.
“우리 00이 화났구나!” “우리 00이 속상했구나!” 오구 오구 느낌으로 계속 말해주세요. 그것 만으로도 많이 가라앉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마음에서 화가 더 많이 나거든요. 우리도 남편에게 하소연할 때 공감 좀 해달라는 거지, 무조건 해결해 달라는 거 아니잖아요. 아이도 한차례 시원하게 표출하고 나면 똑같은 상황이 다음번에 닥쳤을 때 훨씬 유연해지기도 해요.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은 조금 뒤에 하세요. 일단 급한불부터 꺼야 하니까요.
“우리 00이 화났구나! 요구르트 더 먹고 싶은데! 못 먹게 해서 화났지! “
“우리 00이 속상하구나! 저 장난감 사고 싶은데! 못 사게 해서 화났지!”
“우리 00이 만화 더 보고 싶구나! 못 보게 해서 화났구나!”
“우리 00이 양치하기 싫구나! 귀찮구나!”
반드시 오구오구 우쭈쭈 느낌으로. 아이가 가라앉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안돼. 다음번에 꼭 ~ 하자 “이런 말도 부드럽게 해 주면 아이도 결국은 수긍을 합니다. 사소한 거라면 정 안 그칠 땐 “딱 하나만 더 보고 진짜 끄는 거야!”, “딱 하나만 더 먹는 거야!” “정말 마지막이야!” 이 정도 딜도 괜찮습니다. 너무 기싸움 안 해도 돼요. 만화 한편 더보여주 거나, 초콜릿 하나 더 준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려주면 아이의 화는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한 뼘 또 자라나요.
우리도 속상할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만으로 괜찮아 지잖아요. 그리고 내 마음에 누군가가 공감해 줄때 다시 살아갈 힘이 나잖아요. 아이도 마찬가지 일거예요.오늘도 아이의 화에 화로 답하지 않은 내자신이 기특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