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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화가 잘 안나는 사람 되는 법

몸과 마음의 기본 에너지 올리기

by 이경희

사람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자꾸 더하려고 해요.

저는 아이한테 좋은 거 열 가지 해주는 것보다, 해로운 거 한 가지 안 하는 게 백배 낫다 주의입니다.

비타민 챙겨 먹는 것보다 술담배 끊는 게 백배 낫지 않겠어요?

딱 한 가지 '화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던 육아는 좋게 변화됩니다.

내가 화내지 않으면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남편과 싸울 일도 없어집니다. 나포함 우리 가정이 편안해집니다. 그것 만으로도 아이에게 진짜 큰 선물이에요. 상처받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을 제거하는 거죠.

나도 물론 아이에게 화 안 내고 싶죠. 화내면 안 좋은 거 나도 알죠. 근데 자꾸 화가 나는데 이게 가능하냐고요? 화를 무조건 참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화병 나죠.) 최대한 ‘화가 잘 안나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1. 잠을 잘잔다


가장 먼저 수면이 부족할수록 화가 더 자주 납니다. 잠을 못 자면 피곤하고 신경이 예민해져 화를 내기 쉽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잖아요. 중간에 수유도 해야 되고,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새벽에 깨는 일도 종종 있고요. 우리 집 두 아이들은 잘 자다가도 가끔 새벽에 깨서 한두 시간씩 밥도 먹고 놀고 잡니다. 그럴 때면 다음날 확실히 힘들어요.


잠을 잘 자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기본 에너지를 높여 주는 것과 같아요. 아이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건 뭐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수면을 방해하는 다른 요인은 제거해 주자고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커피’입니다. 많은 육아맘들이 커피수혈을 즐기는데, 이 커피 때문에 밤에 푹 못 자서 다음날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 낮잠 잘 때, 아이 등원시키고 달다구리와 여유로운 커피타임, 물론 좋아요. 하지만 커피로 인해 낮에 잠깐 쪽잠으로 재충전이 필요한데 못 잤다거나, 애는 일찍 잠들었는데 나는 늦게까지 뒤척이며 뜬눈으로 밤을 보낸 적이 있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예민해져서 다음날 아이가 예뻐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한 게 아니라 내가 나를 힘들게 한 것입니다. 저도 날밤을 몇 번이나 새고서야 카페인에 민감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죠.


‘아데노신’이라는 뇌에서 분비되는 신호전달물질이 있어요. 수면을 유도하고, 피곤할 때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를 주며 각성을 억제시키죠.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대신 결합하여 쉬라는 신호를 막아버린대요. 실제로는 피곤하지만, 잠깐 잠을 깨고 피곤하지 않은 것처럼 각성상태가 되는 거죠. 카페인에게 속은 거예요.


커피를 마시면 잠시 정신이 들고 힘이 솟는 것 같지만 몸은 그게 아닌 거죠. 그래도 우리 커피는 절대 포기 못하니까(ㅎㅎ) 디카페인이나 샷 반만 넣어서 드시길 추천드려요. 저는 카페 가는 것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합니다. 디카페인 마시거나. 샷을 반만 연하게 달라고 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커피 시키면 절대 다 안 마시고 반쯤 남겨요.


신경이 예민하고 자주 화가 나는 엄마가 되었다면, 다른 것보다 잠부터 푹 잘 자봐요. 커피에 의존하지 말고요. 의미 없는 휴대폰 그만 보고요. 시간 아까워하며 밤늦게 까지 다른 일 하는 것보다 푹 자는 게 훨씬 도움 될 거예요.



2. 밤에 많이 먹지 않는다.


전날 밤에 먹은 것들이 다음날 아침 내 컨디션을 좌우합니다. 술과 야식을 줄여 좋은 컨디션으로 조금이라도 기분 좋은 하루들을 만들어 가야 해요.


육퇴 후 치맥, 떡볶이 등 안 먹으면 무슨 낙으로 사나요~ 근데 혹시 위장에 부담이 되고 다음날 속이 더부룩하고 피부가 푸석하거나 띵띵 불어있진 않으세요? 아마 많이들 그러실걸요? 임신 출산 기간 동안 몸도 많이 축나고, 육아하면서 내 몸 챙기기 쉽지 않으니까요. 몸이 무겁고 소화도 예전 같지 않고… 위장이 건강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좋은 거 챙겨 먹기보다 안 좋은 거 끊는 게 훨씬 빨라요. 장이 건강해야 기본 면역력도 높아져요.


저 같은 경우는 즐겨 먹던 육퇴 후 맥주와 야식을 확 줄였습니다. 위장에 부담돼서 컨디션이 저하된다는 걸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에요. 밤늦게 차가운 맥주와 기름진 음식을 티브이 보며 배 터지게 먹고서는 몇 번이나 장염으로 고생했네요. 지금은 정말 특별할 때 빼고는 밤늦게 잘 먹지 않아요. 남편이랑 단둘이 기분내고 싶을 때 가끔씩은 먹지만요. 확실히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다음날 아침이 개운치가 않더라고요.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으면 야식이 아닌 저녁식사로 먹어요. 다 소화시키고 잡니다. 다음날 아침에 후회할 일도 없고 몸도 굉장히 가뿐해요. 다이어트는 덤^^


아침부터 엄마는 정말 바쁘잖아요. 내가 몸이 안 좋으면 아침부터 짜증이 날 거고, 우리 가족이 그 기운을 받아 괜히 내 눈치 보는 하루를 시작하는 건 원치 않아요. 엄마와 가족에게 아침시간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등원 준비하면서 화가 난 엄마와, 눈뜨자마자 좋은 기분일 수 없는 분위기. 그건 아이 잘못이 아니잖아요.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서 화내는 일은 막자고요.


물론 여전히 홀짝홀짝 술은 좋아하지만요,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고 마음이 편해지니 과음/폭음이 없어지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못 버티겠어서, 정신줄을 놓아야 내가 살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이 마셨거든요. 자극적인 음식도 덜 당겨요.




육아 관련 지침 중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일관성 있는 육아를 하라”였어요. 엄마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이들에게 허용적이고 관대해지죠. 엄마의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없을수록 화는 쉽게 나기 마련입니다.


저의 예시를 들자면 아이가 요거트를 먹다가 온몸에 바르고 식탁에 그림을 그리고 난리가 났을 경우. 내가 이것을 치울 여력이 있을 때는 “아이고 우리 딸 촉감놀이도 잘하고~ 요거트로도 이렇게 재밌게 갖고 노네!”. 내가 이것을 치울 여력이 없을 때는 “먹는 걸로 누가 장난치래! 먹기 싫음 이리 내! 다시는 요거트 주나 봐라!” 이렇게 되더라고요. 육아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엄마의 컨디션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자고요. 몸의 여유가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요.




3. 자존감을 높인다.


자존감과 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자존감이 높을수록 화가 잘 안 납니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라면 아이가 나를 자꾸 무시하고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느껴져 더 화가 나죠. 화를 자주 내게 되면서 스스로 별로인 사람으로 느끼게 되고 자책하면서 또 자존감은 낮아지게 돼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이 고리를 끊으셔야 해요.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건 아직 아이이기 때문이다.” “나는 잘하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다.”


둘째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첫째가 18개월쯤에 위험한 짓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에 따라 엄마의 화도 늘어갔네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자책하고, 자존감이 낮아져서 자꾸 ‘아이가 엄마인 내 말도 안 듣네’로 귀결되더라고요. 화를 강하게 표출해서 아이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은 내 말을 무시하거나 안 들은 게 아니라 그런 시기였던 건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세상 모든 곳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못하게 하면 자기의 재미난 모험을 방해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자아가 생기고 위험이라는 개념이 아직 잘 없는. (뭐 아이가 자라더라도 나랑은 독립된 사람이니 어차피 말을 안 듣겠죠. ㅎㅎ)


화를 내지 말자, 했다가 반복해서 화를 내면 ‘내가 이 정도밖에 참을성이 없나?’ 싶죠. 화를 내고 나면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별로 인가를 느끼게 되고요. 연예인 김나영 씨가 유퀴즈에 나와서 “육아는 매일매일 내가 별로인 사람인 걸 확인하게 한다. 보고 싶지 않은 내 끝을 내가 본다”라는 말을 했어요. 육아는 정말 힘듭니다. 인내심과 끈기가 엄청 필요하고, 내 한계에 계속 부딪히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나 스스로를 자꾸 못난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아이보다 나를 먼저 귀하게 여겨서 자존감을 높여주세요.




필요 없는 걱정과 불안이 화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죠. 내가 걱정하는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일어나도 해결하면 되잖아요. 현대사회는 없는 것도 없고, 병원도 다 잘되어 있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아이는 알아서 잘 커요. 때 되면 걸을 수 있고, 때 되면 기저귀 뗄 수 있고, 때 되면 혼자 숟가락질합니다. 어른들 중에 돌아다니면서 밥 먹는 사람 있나요? 엄마 혼자 노심초사하는 마음만 조금 내려놔도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이미 나와는 삼십 년 넘는 갭이 있는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예요. 우리도 하루종일 휴대폰 손에 쥐고 살면서. 엄마 편할라고 이미 만화 틀어주고 있으면서. 미디어 노출을 왜 걱정하는지..?


꼭 걱정이 취미라서 걱정을 하고 싶다면 우리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을 하세요. 그리고 해결책은 ‘엄마가 화 안 내는 것’이면 됩니다. 욱하고,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고, 한 대 때리면 당장 문제 행동을 멈추긴 하겠죠. 대신 아이의 마음은 다칠 거예요.


엄마는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잘 키울까 고민할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내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길까. 이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엄마의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하고요. (- 이 부분은 '나를 잃지 않는 법'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남편이 어제 그러더군요. 여보는 서핑 다시 다니면서 화를 안내는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ㅋ)


다음 편은 아이의 화를 다루는 법, 화를 조절하는 법, 화를 잘 내는 법으로 돌아올게요. ^^


금요일부터 두아이가 다시 어린이집 방학이군요. 방학 일주일동안 화 안내는 엄마가 되기위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풀로 채워놔야겠어요. 그럼 서핑하러 갑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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