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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를 다짐하다

엄마는 자꾸만 화가 난다.

by 이경희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 엉엉 울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다지 화가 나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나 하나만 케어하면 됐었으니까요. 그러다 임신이 잘 안돼서 병원 다니는 과정부터 억울하더군요. ‘여자만 고생하네!!’. 첫째 출산도 다들 자연분만이 좋다길래 27시간 꼬박 진통하다가 안돼서 응급으로 제왕절개 했네요. 자궁문 10센티 다 열리고 막판 힘주기 하다가요. ‘또 여자만 고생하네!!’. 어찌나 용을 많이 썼는지 오만 관절이 아프고 골반에 피멍이 다 들었어요. 그 와중에 모유수유 권장 병원이라 초유는 먹여야지 하며 빨지도 않고 잠드는 아기에게 꾸역꾸역 젖을 물립니다. 그러다 집에 오니 아기는 왜 이렇게 밤마다 잠을 안 자는지...


첫째 7개월쯤 갑자기 생긴 둘째 때문에 연년생 엄마 당첨! 첫애 때도 임신 초반 입덧을 숙취 마냥 두통과 메스꺼움으로 고생했는데 둘째도 똑같네요. 첫째 케어하랴 입덧하랴 정신없어요. 배불러오니까 내배는 어느새 첫째의 힙시트가 되어있고.. 태교는 먹는 건가요? 만삭에 내 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이제 막 걷기 재미 붙인 첫째 아이 허덕이며 쫓아다니기 바빠요. 죽을 거 같은데 나 왜 안 쓰러지냐.. 차라리 어디 아파서 입원이라고 하고 싶었네요. 둘째 태어날 때 첫째 16개월…. 엄마가 없어져도 잘 몰라요. 조리원에서 중간에 한번 첫째 아이 얼굴 봤는데 애가 저를 못 알아봤어요…ㅋ 둘째가 집에 온 이후로 첫째가 스트레스받을까 마음이 진짜 많이 쓰였어요. 그런데도 어찌 그리 첫째에게 화가 나던지.. 애가 물하나만 쏟아도 욱하더라고요. 첫째도 아직 애기인데 말이죠. 제가 너무 지쳐서 그랬겠죠. 머리로는 알고는 있지만 요령도 없고 감정조절이 어렵던 제 흑역사 시절입니다.


아무리 순한 기질의 아이라도 독립된 인격체로서 내 맘대로 될 수가 없고, 아무리 좋은 남편이라도 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바삐 움직이는데 휴대폰 보고 소파에 있는 남편 보면 부글부글. 남편 회식날만 되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곤 했습니다. "나는 애 둘 보느라 죽겠는데 회식은 무슨 회식이야?" 남편에게 쏘아붙이고 싸우기도 하고요. 저 출산이라면서 육아하는 가정을 돕지 않는 회사문화에 혼자 분노했죠.


그날도 남편 회식날이었네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혼자 애 둘을 재우다가 폭발했어요. 참다 참다 괴물처럼 애들에게 소리를 질렀죠. 불같이 화내는 엄마를 보고 애들은 무서워 엉엉 울고... 내가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어 자괴감에 나도 울고…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더 이상 애들한테 화내지 말자 다짐했습니다. ‘나 왜 이렇게 화가 나지?’ ‘더 이상 욱하기 싫은데..’


육아, 너무 힘들어서 참다 참다 화가 나죠. 내 아이지만 마음대로 안되고, 속 터지는 일이 계속 일어나요. 기분 좋게 외출해서 악을 쓰며 드러눕기라도 하면… 오 마이갓!

그런데 아이에게 화를 내서 더 힘들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내 안의 악마가 한번 불쑥 출현하기 시작하면, 그 악마는 점점 더 자주, 더 크게 나타나서 활개를 쳐요. 화는 내면 낼수록 더 잦아지고 자책, 후회 등으로 더 힘든 육아가 되게 합니다. 화가 나는 과정도, 화를 내는 과정도, 화낸 후 자괴감이 드는 과정도. 모두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에너지를 소모해요.


화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내가 육아 중에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등원 시간에 쫓겨서 등 꼭 아이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아이는 가깝고 약한 존재기 때문에 쉽게 내 화의 대상이 된 것 일 수 있어요. 아이가 엄마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엄마가 힘들면 고스란히 그 감정은 아이에게 전달되어요.


화는 안내면 안 낼수록, 정말 안 납니다. 처음 몇 번 만 고비를 잘 넘기면 어렵지도 않더라고요. 아이에게 갑자기 욱하거나, 윽박지르며 손으로 때리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더 나은 육아에 한발 다가가져요. 아이에게 상처 주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지도 않죠. 내가 별로인 사람으로 느끼며 자존감 낮아지지도 않고요.

아직 18개월, 34개월 아이들 때문에 힘들고 속 터지고 당연히 화나는 일도 있지만요, 이제는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없어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고요. 훨씬 안정감도 있고 우리 가족 모두 가정에서 마음이 편안한 게 느껴져요. 아이에게 화내지 않겠다 다짐한 후, 진짜 실천한 그 방법을 앞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꼭 아이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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