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글 정리 방법

by 순이


나는 한 가지 주제가 정해지면 바로바로 글의 내용이나 아이디어, 영감 같은 게 팍팍 떠오르는 그런 천성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쓰고 싶은 주제나 그때그때 떠올라서 적어놨던 단어나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 글들은 완성된다. 흔히 말하는 초고는 초등학생도 안 쓸 만한 유치한 내용의 글들이 허다하다. 글에 서두는 없고, 단어의 맞춤법은 틀렸으며,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뒤에서 또 적어 놓은 글들이 대다수다.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하하하하 웃어 남긴 글들이 몇 개보일 때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일기장이라고 하면 그 글이 나의 초안이다.


KakaoTalk_20221202_171908487.jpg


그래도 이 아이들이 나의 밑천이자, 보물들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메모를 하거나 떠오르는 단어, 글을 적어 놓는 게 습관이 되었고, 모아놓은 모음 자음의 조합들은 통장에 쌓인 숫자들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이렇게 모아놓은 글들을 찬찬히 읽다 보면 연관되어지는 이야기. 이런 글들을 나만의 거미줄 같은 루틴으로 짜깁기를 해놓는다. 글들을 쭉 나열해 놓으면 어느 부분이 앞으로 가고 뒤로 갈지 가닥이 보인다. 거기에 중복되는 이야기들은 빼놓고 기본적인 뼈대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 뼈대에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넣어놓는다. 이렇게 끝을 내면 좋은데 이놈의 내 성격이 문제다.


글을 다 쓰고 나면 맞춤법 검사를 돌린다. 어릴 때부터 맞춤법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맞춤법에 능통한 것도 아닌데 유난히 틀리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글들 밑에 보이는 빨간색 실선이 나를 질책하는 것 같아서 더 유난을 떠는 것도 같다. 이렇게 맞춤법 검사까지 돌리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써놓은 글을 소리 내서 읽어 보며 읽는데 불편한 부분들까지 잡아내고 나야 나의 글쓰기 정리가 끝이 난다.


KakaoTalk_20221202_171908487_05.jpg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 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 상차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먹던 음식보다는 조금 더 잘 차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사랑과 사랑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