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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이 Nov 13. 2021

[나의 기타이야기] 그때, 내 첫 관객이 나타났다.

집에서 혼자 기타를 치다 보면 가끔씩 관객이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매일 하던 연습도 유독 그날따라 연습이 잘되는 날에는 '아, 무대 위에서 이렇게만 하면 딱인데'라며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날 밤은 기타 연습을 하다가 무작정 기타와 악보만 챙겨 어두워지는 밤바다를 달리고 달려 그나마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삼양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연습하던 그 차림 그대로 나온거라 사람들 앞에 서기는 다소 부치로운 행색이었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벗어나니 바다와 바로 맞닿을 거리에 방파제가 있었는데 가로등도 있고 엉덩이 붙여 앉을 공간도 작게나마 있었다. 늦은 시간도 그렇다고 이른 시간도 아니지만, 혹여나 내 기타 소리가 쉬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폐가 될까봐 작게 코드만 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둠이 내려앉아 바다는 짙은 남색이 되었고, 주황색 가로등 밑에는 내가 있었다. 바닷바람이 내 옆을 스윽 스치며 지나갈 때,


그때 첫 관객이 나타났다.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갯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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