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에서의 마지막 일기
캔디에서의 마지막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쇼파에 누워 글을 끄적이고 있다.
이 쇼파에 누워있으니까 실감이 안난다. 그냥 잠시 국외휴가를 가는 느낌이다.
언제고 이곳으로 돌아와 나는 이 쇼파에 몸을 누이고 멍을 때릴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한 잔 마시며 생각하던 그 시간은
내 인생에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되겠지
쇼파에 누워 저 앞에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 발을 맞추던 여유롭던 시간은
아마 내 영혼이 따뜻하던 시간이겠지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들리는 개 짖는 소리
그래도 아는 동네 개들이라 짖어대는 소리에도 미동없이 걷는 날은
이 날이 마지막이었겠지
슬프면서 괜찮아 보이는 아이들
괜시리 얄미워 마지막, 마지막을 계속 이야기하며
겁주던 날도 돌이켜보면 빛나던 순간이겠지
시간은 늘 지나가고
빛나던 시간이 아스라히 멀어져가도
저 멀리서 빛나는 빛 때문에
내 영혼은 앞으로도 빛나겠지
보고싶고 그리운 캔디가 될
이제는 마지막날,
-2년 간의 캔디 생활을 정리하고 콜롬보로 가기 전날 밤-
그 날의 기억이 이제는 또렷하지 않다. 아이들과 마지막수업을 하고 집에 초대해서 밥을 먹이고 집에 남아 있던 물건을 정리해 짐을 싸고 집주인 아줌마에게 오늘 떠난다 이야기했다. 아줌마는 너무 갑작스러우셨는지 모레 떠나면 안되냐고 하셨다. 자기는 내일인줄 몰랐다며, 하지만 말하기 대회 일정 때문에 나는 가야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무리해서라도 그 날 더 있을 걸 후회했다. 그때는 시험감독하러 다시와야 하는 줄 알아서 그날 떠났는데 시험을 생각보다 늦게 보게 되었고 아줌마와는 그렇게 영영 작별을 해야했다.
짐을 다 싸고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쇼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저 일기를 썼다. 캔디에서 떠난 이후로도 한 달을 더 스리랑카에 머물 예정이었기에 그리 슬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텅 비어버린 집에 있으니 마음이 이상해서 한참을 쇼파에 앉아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내게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열 평 남짓의 공간, 그 곳에 담았던 내 추억들이, 나의 생각들이 괜스레 내 발복을 부여잡는다. 여전히 대리석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날에는, 창문 뒤로 보이던 큰 산이 그립다.
'강선생 마음이 좀 그렇겠어'
페라헤라를 내려오며 캔디에 살던 다른 봉사단원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사실 그때는 꼭 다시 올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다시 캔디에 가고 싶다. 기차를 타고 가고 싶다. 깎아 내지를 것 같은 푸른 숲을 열차를 타고 구비구비 돌아야 만날 수 있는 도시, 캔디. 캔디에 도착해 사람 북적이는 시티를 가로질러 불치사 앞에 있는 네츄럴 커피에 앉아 불치사 풍경을 보고 YMCA에 있는 콩아이스크림 먹고, 우룬드 와데 하나 사먹어야지. 그리고 아룻폴라에 가서 그 골목 길을 다시 걸어야지.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AC버스를 타고 돌아가고 싶다. 꽉끼는 에어컨 버스에 몸을 맡기고 산길을 돌아돌아, 케골을 지나 와라카폴라를 지나 콜롬보 뺏다를 만나고 싶다.
내 생에 많았던 마지막 날 중 하나, 그래도 그 날밤의 느낌이 아직 또렷한거 보면
여전히 마음에 담아 놓을만한 가치가 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