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까우니까청춘이다 Mar 08. 2018

캔커피, 사소한 그리움

그리움에 대한 짧은 이야기


어제 꿈에서 캔커피를 이리저리 옮겼어

한 모금 채 마시지도 못하고 난 깨어나야 했지,    

아주 흔한 일상

그래서 존재했던 것조차 까먹은 일상

그걸 그리워하게 될 줄 까맣게 몰랐었지,   

생각 없이 마시던 캔커피,

소란스러운 밤 짠하던 소리

아빠의 코고는 소리, 엄마가 해주던 무릎베개들을  

그리움투성이의 그리운 투정이

늘 느끼고 싶다고 나를 조르지  

흔했던 것들,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

떠나오니 이제 알게 된 그리움,

이제 다시 내 마음에 소중함으로 피어난 존재들        

봄을 알리던 바람, 코끝 찡해지던 가을냄새

그래 이건 이방인의 흔한 넋두리일뿐    


한국에 있을 때 캔커피를 아주 좋아했다. 캔커피를 마시며 공원 한 바퀴를 도는 게 내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했다. 캔커피는 회사에 출근할 때, 집에 갈 때 늘 함께하던 공기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런데 랑카에서는 캔커피가 외국 수입제품으로만 만날 수 있는 고가의 음료수였다. 그것도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만 찾을 수 있었고 한국처럼 다양한 종류를 팔지도 않았다. 이렇게 랑카에서는 캔커피가 귀한 녀석이 되어 있었다.      


랑카에 온 뒤 편의점 냉장고에 그득그득 채워져 있던 그 녀석들을 보지 못한 채 커피우유인 네스카페만 주야장천 마시다 보니 녀석이 너무 그리워졌나 보다 그리움이 사무쳐 꿈에 나타났다. 커피 가득한 편의점 냉장고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하나씩 들었다 놨다 한참을 하다 꼭 꿈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한두 번 꿈을 꾸니 오기가 생겼다. 하지만 나는 캔커피를 꿈속에서 조차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미련이 되어 남았다.      


랑카에 오고 나서 그리워지는 것들은 생각보다 사소했고, 흔한 것들이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다. 늘 만날 수 있고 쓸 수 있어, 나와 함께 인줄도 몰랐던 녀석들이 잔뜩 존재감을 가지고 저기 저편에 그리움이라는 존재로 붕 떠 있었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니 꿈속에서 조차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존재로 말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먹던 밥, 공원 잔디밭에 앉아 보던 하늘, 걷던 길의 모양, 매일 무엇을 살까 고민하던 젤리 친구들, 잘 몰랐다. 그때는 내가 그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 지를, 없어 본적이 없어서 나는 그들을 내 마음 속의 소중한 것이라 인지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떠나오니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그리움의 정체와 그리운 대상을, 돈의 액수나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과 상관없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한국에 오니 그리움은 다시 반대편이 되었다. 아침에 차 한잔 하며 바라보던 하늘이 그립다. 쇼파에 누워 다리를 뻗으면 마치 하늘에 발을 맞댄 것 같아 기분 좋았던 소소한 아침 시간들이 기억난다. 아이들과 전쟁같은 수업을 잠시 멈추고 먹던 와데도, 또 집주인 아줌마에게 한 잔 얻어 마시던 끼리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순간의 기쁨이 그립다. 아, 쨍하게 더운 날 마일로 한 잔 마시며 거실에 누워있고 싶어라 언제나 그리움은 늘 진행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