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가 금지곡이 되었을 때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던 기억이 있다.
노랫말로 익히 아는 섬 독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었다. 진작 가 보고 싶었으나 뱃길이 멀고 험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가 암살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던 건 독도 방문을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연한 우리 국토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건 무슨 심보인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베의 죽음에서 한 점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내가 울릉도를 향해 출발한 날은 7월 17일이었다. 한국해양재단에서 주관한 독도탐방팀 1진의 일원이 되는 행운을 거머쥔 덕분이었다. 서울역, 포항,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가는 일정이라고 했다.
밤 11시 50분 뉴시다오펄호가 출발했다. 침대에 누워 울릉도로 가는 동안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금지곡이 되었던 노래와,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상륙할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던 일본 전 총리가 총에 맞고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장면이 차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흔들흔들 배는 일정하게 흔들렸고 엔진 소리는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 이어졌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눈을 떴다. 4시 50분이었다. 후다닥 일어나서 휴대폰을 챙긴 다음 서둘러 상갑판으로 향했다. 하늘이 맑아도 수평선 근처에 구름이 몰려 있다면 수면 아래서 솟아오르는 해를 볼 수 없다. 나는 중천에 구름이 가득하더라도 수평선 근처에는 구름이 없기를 바랐다. 7월18일 울릉도 일출 시각은 새벽 5시 8분이었다. 새벽 여섯 시 반쯤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할 예정이므로 배는 지금 망망대해에 있을 터였다.
갑판 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바다는 검었고, 하늘은 바다보다 조금 밝았다. 수평선을 경계로 하늘과 바다를 간신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수평선에서 시작된 연분홍색 띠가 가로로 폭을 넓혀갔다.빛나는 황금색 해가 손톱의 반달처럼 수줍은 듯 살포시 정수리를 내밀었다. 얼마 만에 보는 해돋이인가. 나이가 든 후로는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가지 않았다. 어제 떠올랐던 태양과 같은 태양일뿐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지도 않았고,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마당에 한 살 더 먹는 걸 반가워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가슴이 뛰었다. 나는 지금 바다 한가운데 서 있다. 아득히 먼 곳에서 해가 물 위로 솟아오르는 중이다. 해와 나 사이에 빛나는 길이 생긴다. 달려가면 해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천천히 자태를 드러내는 해를 보며 나는 독도에 상륙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소망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한 후 사진을 찍었다. 하늘과 바다를 물들인 붉은 기운이 가시며 마침내 해가 완전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연주황 하늘 어디선가 구름이 나타났다.
선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창밖을 보았다. 윤곽으로 희미하던 섬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게 가깝게 다가오는 초록색 육지가 바로 울릉도다. 독도로 가려면 울릉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 선착장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독도 가는 배에 올랐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일출을 조금 전에 보았는데 하늘이 점점 흐려진다. 파도가 거세지는지 배가 점점 심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배에 탄 승객들은 틀림없이 독도에 상륙할 거다.
나의 믿음처럼 우리는 무사히 입도했다. 작은 바위섬. 마침내 새들의 고향 독도에 올랐다. 수많은 태극기가 나를 맞이했다. 체류 시간이 30분 남짓이라 이렇게 혹은 저렇게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이사부길을 걸었다. 섬 꼭대기에 있다는 독도 수호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바다를 지켜보고 있을 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돌아오는 배를 타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가 심하게 흔들렸고, 멀미로 고생하는 일행이 늘어났다. 포항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울릉도로 돌아왔을 때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관음도로 가는 다리를 걷는 동안에는 작열한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태양이 빛났다. 울릉도는 서해나 남해에서 보는 여느 섬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나무들 때문인가? 낯선 느낌을 주는 작고, 아담하며,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화산섬에 나는 완전히 매혹되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났고, 바다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했다. 나를 낳은 사람은 엄마였지만 나를 기른 건 바다였다. 세계 어디에서건 바다만 보면 입은 옷 그대로 뛰어들곤 했다. 내가 뛰어들었던 바다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지중해, 아드리아해, 그리고 우리나라의 남해, 동해, 서해. 내년 여름엔 울릉도 앞바다에 몸을 담가야지.
바다와 소설 쓰기는 싫증 나지 않는 친구라는 점이 닮았다. 나의 짝인 여류 소설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녀는 은퇴하면 울릉도에 와서 살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울릉도에 둥지를 틀면 나도 가끔 와 볼 수 있으리라. 새로운 소망을 품으니 내 가슴이 바다처럼 푸르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