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인과 진심 찾기

by 이현신

넷플릭스에서 삼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후속편 촬영이 끝났다는데 언제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중국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라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도 있다. 드라마 내용을 가지고 물리학자가 해설하는 유튜브도 있는데 태양이 세 개라는 원작자의 상상력이 부럽다.

그러나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건 물리적인 법칙이 아니라 소통 방식이었다. 삼체 인은 생각을 빛의 신호로 방출해 자기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러니 생각이 곧 말이 된다. 이들에게는 뇌에서 생각을 거르고 입으로 거짓을 내뱉는 단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빨간 모자」 동화를 들으며 놀란다. 말과 생각이 왜 다른지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다가 대화를 중지한다. 빨간 모자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인데 왜 이렇게 속고 속이는 내용으로 가득할까? 어린 시절 나는 의문에 가득 찼었다.

어른들은 이렇게 해설해 주었다. 겉모습이 상냥하고 착해 보여도 낯선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 곧장 가라는 엄마의 지시는 미성숙한 너를 지키기 위한 안전 수칙이다. 순진함이 경계의 상실로 이어질 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한다.

얼마나 끔찍한 해설인가? 오늘날 지혜란 기만을 파악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동화에서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현실에서는 가까운 사람을 더 경계해야 한다. 사기꾼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대상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마음이 활짝 열릴 때까지 웃으며 친절을 베풀고, 경청하고, 공감하며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가까워진 이후에야 본색을 드러낸다. 사기꾼이 등장하는 뉴스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소설, 오페라, 연극 등의 모든 예술이 배신과 기만을 소재로 한다.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배우자에게 기만당하며, 직장에서 배신당하고, 법정에서 기만당한다. 현실에서 당하는 배신을 어쩌지 못해 타임슬립하거나 환생해서 복수한다.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 환생하거나 과거로 타임슬립하지 않으면 극복할 방법이 없다. 시청자는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배신과 기만이 당연한 곳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다. 사기 칠 목적이 없더라도, 다시 말해 법적인 사기꾼이 될 의사가 없더라도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 이익을 저울질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한다. 진심으로 대하면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으로 치부된다.

삼체 인이 마침내 인간의 거짓말 개념을 깨닫는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나 더 이상 자신들의 의도를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호의를 가장하고 중요한 정보를 숨긴 채 인간에게 접근한다. 생존을 위한 뛰어난 전략이 기만임을 그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인간이 여전히 동심을 추앙한다는 사실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느니, 아이의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느니 하면서. 아이에게 기만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순수가 좋다고 한다.

찌루찌루와 미찌루가 지금 길을 떠난다면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시대의 파랑새는 행복이 아니라 진심일 테니까. 감출수록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믿는 인간 탓에 진심은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우니 찌루찌루와 미찌루는 진심을 찾지 못할 것이다. 진심은 어디 있는가? 진심 자체가 소멸했을까? 아닐 것이다. 여전히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유치원생처럼 순진하다거나 바보라고 비웃지 말고 귀하게 대우해야 하지 않을까? 귀한 대접을 받으면 진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우리가 홀대한 덕분에 숨어들었던 진심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진심이 영원히 모습을 감추지 않도록, 진솔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면 언젠가는 동화의 내용이 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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