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게를 안고

영화 [더 웨일]

by 이은희

일주일의 시간, 한 편의 에세이


찰리는 죽어가고 있었다.

272kg의 거대한 몸은 더는 그를 지탱하지 못했고, 의사는 일주일이라는 시한부를 선고했다.


남은 시간 동안 그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단 하나였다.


8년 전 떠난 딸 엘리와의 화해.

그리고 그녀가 썼던 한 편의 에세이를 함께 완성하는 것.


먹는 것으로 쌓아온 고통의 무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밀어넣었다.

냉장고, 선반, 가방 안에 있는 모든 음식을 끝없이 먹고, 토하고, 다시 먹었다.

폭식은 위안이었고 동시에 자학이었다.


사랑을 잃은 슬픔, 가족을 떠난 죄책감, 외로움과 그리움이

찰리의 몸에 272kg이라는 무게로 남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써. 있어 보이려 하지 말고.”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오랫동안 솔직해지지 못했다.


앨런을 사랑한 죄


찰리가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앨런이었다.

찰리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앨런.


찰리는 앨런을 사랑했고, 그 선택으로 아내와 딸을 떠났다.

하지만 앨런마저 세상을 떠났고, 찰리는 홀로 남겨졌다.


새생명 선교회의 토마스가 용서를 이야기하며 찰리를 찾았다.

그는 말했다.

“앨런은 나를 사랑했다. 날 아름답다 생각했다.”

"사랑했기에 떠났고, 사랑했기에 남겨졌다."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 없는 존재


딸 엘리는 토마스에게조차 상처를 주려 했지만,

그 속에서도 돕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찰리는 딸의 그런 본성을 이해했다.


“누가 누굴 구원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사람은 타인에게 완전히 무관심할 수 없어"

"사람은 놀라운 존재야.”


영화 <더 웨일>은 구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8학년 때 쓴 에세이


죽음을 앞둔 마지막 시간, 찰리는 엘리에게 보여줄 것이 있었다.

“이거 뭔지 알아? 네가 8학년 때 쓴 거야.”


아내 메리가 4년 전 보내준 이 에세이를

찰리는 8년 동안 간직해왔다.

그 에세이는 엘리 그 자체였고,

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글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작품


찰리는 딸에게 말한다.


“널 떠나서 미안해. 널 그렇게 두면 안 되는 거였어.

하지만 넌 정말 예쁘고 훌륭해.

그 에세이도 훌륭해. 그 에세이는 너야.

넌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야.”


찰리의 마지막 고백은 사과이자 축복이었다.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인생 최고의 작품이다.


모비 딕의 마지막 장면


“도와주고 싶다면, 그걸 읽어줘.”


엘리가 모비 딕의 한 구절을 읽자,

찰리는 마지막으로 혼자 일어서려 한다.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두 발로 서는 장면.

그리고 찰리는 마치 날아오르는 듯 화면에서 사라진다.


그것은 죽음일까, 아니면 해방일까.

남은 것은 오직 딸을 향한 사랑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잘했는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한 사람을 사랑하고 끝까지 염려하는 그 마음.

그것이 인생의 의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