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숭아 꽃물 들이다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바로 엄마 집으로 갔다. 안 간다, 내가 왜 가노. 집이 편타- 극구 사양하며 말씀하시더니 옷을 갈아입고 앉아 있었다. 드시는 약이며, 물만 챙기고 엄마를 차에 태우려는데, 40kg도 나가지 않는 엄마의 몸이 이렇게나 무거울까, 물 먹은 솜처럼 땀이 한 바가지 쏟아졌다. 하체를 전혀 쓰지 못하는 엄마는 얼마나 속으로 미안할까를 생각하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예전엔 다이어트 좀 해야겠어요. 많이 드시나 봐?라고 놀리기도 했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닐 만큼 엄마는 야위어 있었다.
짐 정리를 마치고 급하게 저녁 준비를 했다. 좋아하는 된장이랑 쌈 몇 가지를 준비했더니 반공기를 비웠다. 아이한테 말하듯, 잘했어 엄마라고 토닥여 주었다. 수건에 물을 묻혀 엄마의 몸을 닦이고 틀니를 빼서 씻고 나서 보니 저녁 10시가 가까웠다. 한 마리 애벌레처럼 잠든 엄마를 보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이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시골에서 오기 전에 후드득- 걷어온 봉숭아 꽃잎을 모았다. 백반을 갈아 꽃잎과 같이 갈았다.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이 소녀처럼 즐거워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엄마는 선뜻 손을 내민다. 두 개만 해달라 신다. 응. 움직이지 말고, 좀 답답해도 참아야 돼. 예전에 엄마가 밭일 마치고 저녁에 우리들을 쪼르르 앉혀놓고, 이제부터 마법에 들 거야. 내일 아침에 손톱에 발갛게 물들어 있을 거야.라고 웃으며 손톱에 물들여주던 엄마처럼, 이제는 내가 엄마의 손에 물을, 아니 마법을 건다.
울퉁불퉁 못생긴 엄마손에 주홍빛 노을이 예쁘다. 나도 따라 물들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