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하다
덥거나 추운 날이면 노인에겐 치명적 고비다. 입맛이 없다고 굶기라도 하면 금세 몰라볼 정도로 야위게 되고, 힘도 없으며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활기찬 목소리로 우리를 안심시켰던 엄마에게 이번 여름은 위기였다. 어느 날, 겨우 나오는 목소리가 수화기로 전해졌다. 깜짝 놀랐다. 엄마는 입맛이 없어서 굶었노라고 짧게 말했다. 걱정이 되어 경주로 달려갔다.
겨우 일어나던 엄마는 자꾸만 이쪽으로, 저쪽으로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안 되겠다 싶어 차에 태우고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엄마 집 냉장고에는 늘 있던 채소반찬 몇 개만 있었다. 육류, 생선? 고민하다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들렀다. 갑자기 엄마는 옹알이를 뗀 아기처럼 말문이 터졌다.
- 이거 얼마고? 비싸나? 싸나? 이건 뭐고? 말라고 왔노? 집에서 묵으면 되겠구먼...
밑반찬으로 나온 잡채를 연신 먹으며 말했다. 눈으로 나를 흘겨보듯 핀잔을 주다가, 반을 흘리면서도 계속 먹었다. 뼈를 발라 앞접시에 담아 주면서 그건 다 먹어야 해. 하니 고개만 끄덕인다. 그리곤 다시 묻는다.
- 이러지 마.. 내가 나이가 몇이고. 곧 죽을 때 됐다. 뭐 이런데 와서 밥을 사서 먹고 그라노...
- 왔으니까 먹어요. 어떡해. 이젠 나가지도 못해. 그러니 드셔요. 천천히 꼭꼭 씹어서. 엄마 알았지?
밥이 많았던지 두 숟갈을
덜어 내게 건넨다. 많이 먹어. 젊은데 힘내야지...
말없이 밥을 먹는데, 가슴이 시렸다. 계산을 마치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준다. 엄마는 아깝다고 굳이 다 먹고 나서야 가자- 했다.
평일은 요양보호사도 오고, 나도 일정이 있으니 주말만이라도 집으로 모셔올까 하는 마음을 먹으며 울산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