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복수 씨

by 을이




복수는 엄마의 이름이다. 큰 이모는 복자, 곱고 예쁘장한 막내 이모는 복식이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한참을 웃다가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라고 했더니 "내가 아나, 그때는 그랬다."라고 엄마는 무겁지도 경쾌하지도 않게 말했다.

엄마는 그렇게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동네 아이들과 노느라 학교 가는 것을 까먹고, 빼먹고를 반복하다가 급기야는 학교를 안 가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대학에 다니던 큰 외삼촌이 그렇게 학교 가야 된다, 아버지께 말해서 고등학교까지 가게 하마,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제일 후회된다고 하지만.


엄마는 노래를 좋아한다. 말끝마다 내가 공부를 잘했으면 서울 가서 가수가 되었을 거란다. 누가 시켜준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해도 엄마는 아랑곳 않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복수 씨는 노래를 잘한다. 8절 스케치북에 노랫말을 적어놓고 넘겨가며 부른다.

복수 씨는 꽃을 좋아한다. 담 아래 작은 텃밭에 채소가 아닌 꽃을 심어 두고 즐거워한다.

복수 씨는 붕어빵을 좋아한다. 겨울 내내 붕어빵만 찾는다. 그것만 있으면 모든 게 용서가 된다.

복수 씨는 갈치구이를 좋아한다. 비린내 난다며 생선을 안 좋아하는데 유독 갈치는 잘 먹는다.

복수 씨는 빨간색을 좋아한다. 옷도 빨강, 신발도 빨강, 내복도 빨강, 팬티도 빨강. 온통 빨강천지다.

복수 씨는 잘 웃는다. 좋아서 웃고, 슬프면 울다가 웃고, 다시 웃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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