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 미팅에서의 첫 발표
컨텐츠 크리에이터, 컨텐츠 AE, 광고 기획자, AE, AP…
나의 업은 상황에 따라 여러 직업명으로 불리게 되는데,
다양한 업무 속에서 기획과 제작 어느 쪽 성향이 더 강할까?
무슨 일을 할 때 더 즐거울까? 를 수없이 고민한다.
(즐거운 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무에 대해 간략하게 나열하면,
컨텐츠를 기획하고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촬영과 연출을 하며
예산에 맞춰 광고를 집행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분석한다.
계약과 견적, 실비, 배송, 기안 처리 등등
여기저기 손길이 닿게 되면
마침내 컨텐츠가 마무리 된다
매월 발행된 컨텐츠에 대한 운영 리포트를
클라이언트에게 공유하는 미팅을 갖고
이슈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Next를 준비하는 프로세스.
이러한 과정이 월별로 차곡차곡 피드에 쌓이면서
1년, 2년, 3년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브랜드 메시지가 작지만
천천히 팬들의 일상에 녹아 전달된다.
여기서 나는 클라이언트와 메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미팅에 함께 참석하지만, 직접 보고를 하지는 않는
팀장님, 대리님 옆에서 같이 듣고 회의록을 쓰고
내용을 파악해서
내부로 돌아와 컨텐츠 쪽을 더 고민하는 서브 AE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5월 클라이언트 미팅에
대리님이 다른 브랜드 업무와 겹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메인AE를 대신하여 발표를 하는 날이 오게 되었다.
‘안 올 줄 알았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클라이언트 질문에 내가 잘 대답할 수 있을까?’
‘너무 어설픈 티가 나면 어쩌지?’
등의 수많은 걱정이 스쳤고
발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자기 전에 괜히 긴장이 되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전날 외부 촬영으로 하루의 업무 시간을 다 쏟게 되어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네 라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기도 했지만
시간은 슬프게도 계속 흘러 갈 뿐, 날 도와주지 않았다.
틈틈히 리포트를 외우고 미팅 전날, 팀장님과의 리포트 리뷰 1차
대리님과의 리뷰 2차를 통해 받은 피드백과 꼭 가서 말하고 와야 할 내용들을 되새기며
내 껄로 만들려고 반복해서 보다 보니 저녁 시간대가 훌쩍 지나갔다.
퇴근하는 길에도 이정도면 됬을까?
차라리 까먹지 않게 빨리 미팅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뻔뻔함으로 변해갔다.
“저 발표 30분 넘게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올 거예요!
모두 지루해하지 말아주세요..”
미팅은 진행되었고, 천사 같은 클라이언트 분들은 감사하게도 잘 들어주셨다.
이번 달에 프로모션이 2건이나 크게 돌아갔고, 팔로워 증가를 위한 노력도 많았기에
‘우리가 이렇게나 열심히 고생고생 운영했어요!' 라고 대표해서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았다.
중간 중간 질문도 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있었고
장표 중간 중간 팀장님이 짚어주시며 추가 코멘트를 해주신 덕분에
월간보고는 잘 마무리 되었다.
팀장님과 팀원분들이 고생했다고 칭찬해주셔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휴, 오늘 하루 업무 다했다 집에 가야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완전 끝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들은 이슈를 내부 팀원 분들에게 공유하고
미팅록을 작성해 팀장님과 더블체크하고
최종 파일을 메일로 보내는 순간!
긴장감이 사르르 녹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기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아서
최대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 싶었던 나였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수님, 팀장님,
대표님과 면담을 할 때
늘 꺼냈던 말은 “제가 AE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였기 때문이다.
AE는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했고
컨텐츠 촬영과 연출만 하고 싶었는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AE라는 큰 글자와 함께
책임감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제대로 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을 때가
작년 12월이었는데
그때도 메일 워딩 하나하나 말투는 이상한지 않은지
받는사람 참조는 잘 되어있는지, 빼먹은 것은 없는지
대리님 붙잡고 짧은 메일도 오랜 시간을 쏟아
부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급한 상황이 발생해서 먼저 전화를 해야 할때의 두근거림
준비가 안되었는데 갑자기 클라이언트에게 전화나 카톡이 올 때의
(대리님이 옆에 없는 상황에서 혼자 해결해야 하던) 떨리던 순간을 회상하며
아직도 이 길을 가는 것이 맞는지 생각하지만
감사하게도 내가 가는 이 길에
“처음 발표라 다들 이해해주실 거야, 더 크게 천천히 말해도 되”
“모르는 게 있으면, 당황하지말고 더 찾아서 말씀 드린다고 해”
라며, 지금 너무 바쁜 업무들로 힘드실텐데도
정말 필요한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신 대리님
미팅 때 같이 받아 쳐 줄 수 있도록 리포트 내용을 단번에 파악해주신 팀장님
잘하고 오라고 힘을 주신 팀원 분들이 계셔서 감사했다.
지금 맡은 브랜드는 소셜 운영 첫 제안에 같이 참여하고 실행은 빠진 뒤,
작년부터 중간 실행 단계에 투입되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소셜 프로젝트이다.
첫 제안 때의 브랜드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불과 몇 년만에 급성장하고 있는 브랜드
운영하면서 이렇게나 소셜에서 핫해진 제품들의 인기를 체감하는 건 처음이다.
지금껏 맡아왔던 브랜드는 대중적으로 이미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고
어느 마트를 가도 깔려있는 제품, 잘 알려진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K브랜드처럼 나도 함께 쑥쑥 성장했던 3~5월이 아닌가 싶다.
-2019년 5월 14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