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이너가 되어가는 길에 피하고 싶던 질문들을 마주하다
'어우, 머리 복잡해'
잠들기 전, 샤워하다가 중간에, 또는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다가 머릿속들을 스쳐 지나가는 고민들이 있다. 하지만 매번 언젠가는 답을 내겠지 하며 훗날의 나에게 대답을 토스하고 이렇게 수차례가 지나갔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어떤 건가' 이런 다소 귀찮지만 교과서적인 질문들부터 '착한 디자인이란 건 존재하는가' 따위의 불편하지만 아직 얕디 얕은 나란 사람이 과연 이런 거창한 질문에 답을 내릴만한 자격이 있는지 하며 자격지심으로 회피했던 주제들이었다.
20대의 한 중턱을 지나가는 나는 어쩌면 평생을 마주해야 할, 또는 삶에 쫓겨 지금 아니면 더 이상 답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질문에 답을 뱉어보려고 한다. 앞으로 내가 써나갈 주제들은 다분 나만 하는 고민들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내 또래들은 나의 글을 보며 공감을 할 수도 있을 테고, 나의 고민을 이미 지나온 선배 디자이너들께선 당신들의 과거 풋풋한 과거를 투영해 보실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정의에 대해 말한다. 어떤 게 좋은 디자인인지,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수많은 저자와 책이 존재하고 통념들 또한 넘쳐난다. 하지만 내 머리를 거쳐 내 입으로 나오지 않은 정의와 철학은 나에게 의미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중학교 2학년 입시미술학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20대의 한 중간을 지나가는 지금까지 내 꿈은 '산업디자이너'였다. 11년을 디자이너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입으로 말해왔고, 또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열심히 좇아가는 중이다. 어쩌면 1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오는 와중에 나의 머릿속에도 은연중 나의 '디자인 철학'이란 것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회피했던 질문들을 마주하며 답을 해가는 과정에서 역으로 나는 나의 디자인 철학을 진흙 속에서 뽑아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이 훗날에 언젠가 헤매고 있을 나에게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으로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단서들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