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되면 낮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도로가 조용한 새벽, 그 틈을 노려 죽음 앞에 성큼 다가간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내 시간. 죽음과 가장 가까워 지는 시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시끌시끌한 해는 사라졌다. 그 자리를 매꾸는 건 차갑고 고요한 달의 정적인 움직임. 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두려움이 사라진다. 죽으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생각도 흐려지게 되고, 죄책감 마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한 없이 죽음과 가까워 진다. 그 순간 만큼은 죽음이 절친 정도의 급으로 상승한다.
오롯이 달만 바라 보던 나는 그 옆에 있는 부스러기가 거슬렸다. 뭔가 싶어 달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하늘을 수 놓은 별들이 자신의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실명할 것 같은 그 빛도 몇 억 광년이 떨어진 곳을 비추다 보면 아주 작게 보이고, 흐릿하게 보인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빛을 내고 있었다. 왜 저렇게 까지 하는 걸까? 안간 힘을 다 해 빛을 내면 뭔가가 달라지기라도 하나? 처음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로만 가득찼다. 하지만 거기서 솟아나는 작은 의문 하나.
'저 별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아닐 수도 있다. 저 별들은 그저 빛을 내야 하기에 내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새벽의 감성을 믿고 조금 더 생각 해 보기로 했다. 닿으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낄정도로 시린 달, 그 옆에서 필사적으로 빛을 내고 있는 별. 달 때문에 묻힐 수도 있지만 부스러기 같은 존재감이라도 괜찮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들을 보며 울컥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 뛰어난 타인에 비해 보잘 것 없고 약해 보인다고 해도 괜찮다. 그 사람은 자신을 가까이와서 본 적도, 느껴 본 적도 없으니 자신이 한 없이 작아 보이는 것이었다. 아주 커 보이는 어떤 것도 멀리서 보면 결국 작은 점으로 보일 것이다. 누가 더 뛰어나고, 뭐가 더 큰 건 없다. 그저 시간과 거리가 지나면 다 똑같아 보인다. 그러니 자신을 낮추지 마. 별들은 나에게 속삭였다. 넌, 아마도 밤의 태양인 것 같다. 시끌시끌한 별들의 소리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크게 웃었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나 좋을 대로 해석하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겠지만 그 당시 나에게 별들은 감동이었고, 살아가는 이유였다. 나는 아직도 가끔 잠이 안오는 새벽이면 밖으로 나가 달 옆에서 반겨주는 별들을 보다 들어간다,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