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면 뛸 수록 닳는 건 다리였다

절름발이 신사에게 조차

by 김무심

있는 힘을 다 해 뛰었다.

무언가에게 도망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쫓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그런데 뛰면 뛸 수록 닳는 건 땅이 아니라

나의 두 다리였다.


뛰다가, 뛰다가 문득 멈춰 섰을 때

길었던 다리가 어느새 짧아져 있었다.

짤막한 다리로 버둥버둥 뛰어봤지만

저기 앞에 가는 절름발이 신사조차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결국 인정했다.

난 내가 원하던 걸 얻지 못했고,

잡히기 싫었던 절름발이 신사에게서

뒤쳐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정하고 나니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답은 아니오였다.

자리에 주저 앉아 하늘을 쳐다봤다.

아아, 이 거였다. 내가 원하던 거,

그토록 그리워 하던 것,

나의 이상,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