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by 김무심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외식을 할테니 빨리 나오란 용건이었다.

언니는 먼저 나가고 난 조금 늦게 나갔다.

밖으로 나갔는데 아무도 없자 난 컴컴한 어둠을 헤쳐 달렸다. 저기 먼 곳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 다정스레 끼여있는 언니가 보였다. 안간힘을 다 해 달리던 나의 다리는 점차 느려졌다.


내가 저곳에 끼어 분위기를 망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없어도 가족들은 행복할 거 같아.

내가 죽어도 괜찮을 거 같아.


어두운 생각이 나의 발목을 휘감고 올라왔다. 나는 어느새 천천히 걷고 있었다. 저 밝고 단란한 가족과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사랑스러운 가족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어쩌면 마지막 등이 될 수도 있었다. 몇 번이나 망설이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던 것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걸음 걷는 그 짧은 순간에 내가 없어도 가족은 행복할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라도 나를 돌아봐 주지 않을까. 나를 찾아주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숫자 딱 6만 세고 걸음을 멈추자고 생각했다.


6, 5, 4, 3, 2, 1.


신의 농간이었을까. 절대 멈추리라 생각되지 않았던 여섯 개의 발이 멈추었다. 그리고선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 명이 아니었다. 세 명 모두 웃으며 나에게 빨리 오란 손짓을 했다. 쿵쿵쿵. 그때 내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 1초만 더. 1초만 더 욕심을 낼 게. 나는 자꾸만 늘어지는 다리를 보채서 가족을 향해 뛰어갔다, 멍청하게 표정관리도 못 해 헤실거리는 얼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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