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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하는 후배, 아모르 파티

by 검둥새 Feb 28. 2025

독서토론을 하는 후배가 있다. 나름 고민도 많이 하고 생각도 깊은 후배라 잘 어울린다 싶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책이 너무 어렵다며 힘들어했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은 꽤나 발전한 모습이 보인다. 책 내용에 감탄하며 감동받기도 하고, 자신의 철학을 비교해보기도 한다.


그 후배는 두어 달 전부터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나도 많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후배가 나름 많은 고민을 담아 써낸 글을 보고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일기 쓰냐...?" 나름대로 에세이라고 쓴 글에 너무 막말을 했던 걸까. 후배는 상처받았다.


지금도 한주에 한 번은 후배의 글을 보게 된다. 내 시선에는 아직 많이 미숙해 보인다. 하지만 발전해나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후배가 내 글에 피드백을 줄 것이다.


후배는 얼마 전부터는 역사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많길래, 내가 대충이나마 아는 큰 틀을 한번 훑어주니 후배는 감탄하며 더 열심히 공부해 오겠다 다짐했다. 조만간 내가 잘 모르는 세세한 부분들을 나에게 설명해 줄 것 같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니체 철학의 핵심 요소로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삶의 모든 측면을 긍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기쁨과 성공뿐 아니라 고통, 실패, 좌절까지도 삶의 필연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이러한 적극적 긍정은 자기 변형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자신 안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 잠재력이 발휘되려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다면 주어진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적극적 긍정의 기반이 더 충만하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만들어준다.


책이 어렵다고 힘들어했던 후배는 이제 자신의 철학을 정리하여 표현하고 싶어 한다. 일기 쓰냐는 면박을 듣고 상처도 입었지만 자기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욱더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후배를 보며 느낀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넘쳐남을.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있으며, 이것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 되려 면박당할 날이 오지 않을까. 나도 공부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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