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코타로란?

애니 코타로는 1인가구

by 김지은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코타로는 1인가구'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는데, 그림체는 좀 엉성하지만 재밌다. 재밌게 시작이 되지만 점점 더 다큐같은 애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는데 애니보다는 기회가 된다면 만화책 원작을 추천한다. 애니는 너무 어둡지 않게 많이 삭제가 되고 가려진 느낌이고 애니 완결 이후의 내용은 만화책으로도 연재가 되어서 완결이 나있는 상태다. 총 10권이고 전체 소장했다가 한참 반복해서 읽고 내용을 다 외워버릴 정도가 되어서 중고로 판매했다.


작년은 나에게 참 많은 변화의 해였는데, 가장 큰 건 집에서의 독립이었다. 쫓겨나듯이 도망나오듯이 독립이라는 게 키포인트지만. 아무튼 계획없이 나온 나는 나이가 30대라하더라도 아직은 어린아이인 느낌으로 독립을 한 모양이라 어찌저찌 이것저것 마련하고 생활하고 했지만 뭔가 헛헛하고 자주 울고 자주 우울하고 외로웠다. 마침 보고있던 만화책 속의 어린아이인 코타로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동질감.


코타로는 내 내면의 아이 그대로였다. 코타로처럼 이혼가정도 아니고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원가족 안에서 성장했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족 안에서 외롭고 쓸쓸하고 상처받고 아팠던 기억이 많이 느껴졌다. 코타로는 본질적인 걸 많이 표현했는데, 그게 엉뚱한 게 아니라 내 내면에 있는 말을 모두 대신 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을 받고 싶다거나 고뇌가 사라지길 바란다거나 그런 아주 원초적이면서도 아이의 투정이라 느껴질만한 어른이 되어서는 더 이상 입밖에 내서는 안 되는 그런 당연한 것들을 코타로는 말하고 원하고 동경하고 있다. 아닌척해도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고민이 끊임없는 게 싫고 괴롭고.


가장 마지막 10권의 내용이 하이라이트였는데, 스포는 할 수 없지만 마지막권을 보면서 정말 엉엉 울어버렸다. 끊어진 일상. 돌이킬 수 없는 일상. 모든 걸 알아버린 코타로는 아이처럼 운다. 어른처럼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던 코타로도 결국에 모든 게 무너지며 현재 자신을 돌보는 옆집 남자의 품에서 운다.


온전한 부모가 어딨겠냐마는, 같이 사는 가족 속에서도 충분한 상처, 아픔, 괴로움, 어려움이 있다. 줄곧 있었고 그게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힘들고 아파서 많이 고되었다. 1년 정도 지나니 많이 아물어서 별로 울 일은 없지만, 그 때 울어놔서 맘이 바짝 쾌청하게 말랐다. 그떄 울지 못했더라면 난 아마 곰팡이 핀 마음으로 살고 있었을 것 같다.


작년의 여러 일들로부터 내가 알아낸 건, 삶은 정해진 것도 정답도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뭔가 휘몰아치면 그게 또 인생이고, 휘몰아치면 다 산산조각이 난 내 주변의 것들 혹은 내 마음마저 산산조각이 났다하더라도 그걸 안 부서지게 쥐어잡는 게 능사가 아니라 부서지고 나서 그걸 다시 주워드는 용기가 인생에서는 가장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잔뜩 엉망이 된 주변, 내 마음을 다시 주워들어 하나하나 맑은 햇볕에 말리면서 이어붙인다. 인생을, 일상을, 나를 다시 이어붙인다. 그러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언제 또 거짓말처럼 송두리째 인생의 느낌이 분위기가 반전이 되어버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날아가버릴 지 모른다. 그것만은 잘 알고 있다. 인생은 정말 거짓말처럼 변한다. 그걸 막으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냥 슬프면 충분히 목 놓아 울고 아프면 아프다 소리도 치고 많이 많이 울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할 수 있다. 많이 울고나서 할 게 없으면 그때 천천히 주워담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만 이제는 추려서 담는 법을 안다. 또 잃으면 괴로우니까 내가 다시 주워담을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담아낸다.


너무 좋아도 인생이고 너무 슬퍼도 인생이다. 나는 너무나도 약하니까 그냥 흐르듯이 나를 치고 지나가는 것들에 혼신의 힘을 다해 음미하고 감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적어두고 나중에 나름의 아픔의, 고난의 이정표로 남겨두면 뿌듯하지. 이 정도 아프고 괴로웠는데, 지금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맘이 많이 부서졌을 때에는 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 책장에 있는 손이 닿는 책을 마구마구 읽는 것도 좋다. 그게 만화책이든 소설이든. 그러면 그 속에서도 뭔가를 발견하고 치유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내 만화책이 날 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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