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항진증

by 김지은

나에게 있었던 지병, 갑상선 항진증. 이전에 올린 글에서는 척추측만증에 대해 올렸다면, 그 다음으로 오래 지녔던 지병은 갑상선 항진증이다. 갑상선은 우리 목의 앞에 나비모양으로 되어있는 기관으로 주로 우리 몸의 '보일러'라고 생각하면 된다. 갑상선이 적절해야 몸이 추울땐 춥게 더울땐 덥게 있는데, 이게 망가지면 더울때 춥고, 추울때 덥다. 항진, 저하로 나뉘는데 항진은 갑상선의 수치가 필요 이상으로 높을 때, 즉 과부하가 생긴 경우로 컴퓨터가 과열되어 에러가 뜰 떄랑 비슷하고 엔진이 과열된 차와 같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지쳐버린다. 이미 몸에서는 난리난리가 나고 있으므로. 그래서 쉽게 살이 빠진다. 그리고 예민해지고 과도하게 감정적이 되고 인내가 어렵다. 반대로 저하증은 내게 필요한 열량이 없어서 먹는다고 먹는데 힘이 안 난다. 별로 안 먹는데 살이 찌고 붓는다. 기력이 저하되고 항진이랑 반대로 몸이 축 쳐져서 자고 일어나는 데에 한참이 걸린다. 남들이 보면 느려터졌다라고 보여지지만 아파서 그런거라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갑상선은 두 가지로 나뉘며 어떻게 보든 둘 다 최악의 증세다.


나는 그 중에 항진을 5년정도 앓았다. 심장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자주 뛰고 손이 떨린다. 쉽게 더워서 항진이 심했을 때에는 한 겨울 눈이 내리는데 반팔로 외출한 적도 있다. 정말 안 추웠으니까. 내 몸은 평소에도 불구덩이처럼 활활 타올랐으니까. 극도의 피로감. 졸도 직전의 상태로 지냈다. 눈이 빼꼼히 나온다. 눈이 튀어나오는 건 갑상선 항진증의 후유증, 부작용. 다행히 낫고나서 눈은 원래대로 들어갔는데, 아마 눈이 부었던 것 같다. 이전의 사진을 보면 눈이 금붕어눈처럼 빼꼼하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기도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쌍커풀이 크게 두개가 생긴다. 그 정도로 얼굴, 몸이 자주 부었고 매일 피곤했다. 대학생때 갑상선이 생겼고, 나는 이유모를 몸의 문제로 인해서 학교도 자주 결석하고 활동하기가 어려웠다. 그걸 뭐라 표현할 수 없어서 주변에는 의지가 없는,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지기가 쉬웠다. 알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건 그냥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한 것도 있지만(ㅎ)


아무튼 칙칙폭폭 성난 기차처럼 나는 내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엄마가 눈이 빼꼼한 날 보더니 갑상선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피검사를 해보니 항진이 나왔다. 부모도 젊을 때 갑상선 경력이 있었다. 갑상선이 있으면, 목에 뭔가 불편감이 없나 싶을텐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냥 자주 화가 났고, 자주 피곤했고, 지치고 힘들었다. 자주 식은땀이 나고 두통도 자주 있었고, 구역감도 자주 생겼다. 먹고 체하는 것도 많고 하여간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아무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손이 떨리고 맥박이 빨라지고. 그러다보면 내 영혼이 휭하고 어딘가 날아가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득했다.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5년간 약을 처방받았다. 갑상선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약인데, 아주 작은 하얀색 납작하고 동그란 약이었다. 이 약 하나만 있으면 하루를 온전히 내 몸으로 지낼 수 있었다. 손떨림도 멎고 심장도 차분해졌다. 그 차분함이 정말 좋았다. 약을 잘 못 삼키는데, 약이 작아 다행히도 5년간 지속적으로 먹을 수 있었다.


약이 작아서 약통도 작았는데, 그 약통이 너무 귀여웠다. 날 살리는 약통. 핸드폰을 두고온 것처럼, 약통을 빼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 시간에 챙겨먹으니 하루가 든든하고 고되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요오드수치가 갑상선에는 중요한 듯 했다. 그게 나는 너무 과한거고, 그걸 줄이는 게 약의 필요였다. 이는 미역과도 연관이 있어서 항진이 있었을 땐 김이나 미역국은 가능한 먹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병마 속에서 나를 관리하고 챙기면서 꽤나 피로하고 힘든 20대초반을 보내고, 골골거리면서 취직을 하고 지내다보니 어느덧 갑상선이 발병한지 5년이 되어갔고, 어느 순간 '추위'가 사무쳤다. 내게 없던 추위가, 초여름에도 회사에 가디건을 입을 정도로 추워지자, '어? 나았나봐'라는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서는 꾸준히 약을 복용하길 원했지만, 나아진 수치도 그렇고 내가 느끼기에 나는 이미 항진이 아니라 약때문에 '저하증'으로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주 추웠고 항진과 반대되는 증세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슬슬 약을 끊었고, 지금은 다시 재검사를 받더라도 갑상선의 흔적만 있을 뿐 수치가 정상이다.


어릴적 앓은 내 지병으로 인해서 나는 내 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내 상태가 어떤지, 수시로 느낌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추울때 춥고, 더울때 더운 것도 사실은 건강이고 행복이다. 그걸 일찍이 알아서 그런지, 나는 20대중후반에는 좀 더 감사하게 나를 생각하고 다루게 된 것 같다. 갑상선에는 피로도, 술도 금물이다. 지금도 안 마시긴 하지만 여전히 내 몸을 우선한다. 물론 초년생이었던 20대 중후반은 대부분 회사일로 내 몸을 갈아넣어서 나중에 된통 앓았지만, 적어도 30대가 된 지금은 절대 나를 혹사시키지 않는다. 몸은 솔직해서 내가 고생하는 만큼 아픔으로 고장이 나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자주 피곤하거나 지치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분명 지금 추울시기인데 꽤 덥다, 땀이 나거나 춥지 않다 느껴진다면 혹은 초겨울인데 이 정도 추위에도 미칠듯이 추워서 너무 힘들다면, 갑상선 피검사를 추천한다. 모르고 고생하며 지낸 그 시기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모르고 내가 아픈데도 알지못하는 주변사람들의 냉담함이나 나에대한 오해에 대해 다 받아버린 그 날들이 너무 속상하다. 내 의지가 아닌 몸의 문제일 수 있으니 꼭 제대로 검사를 해보시길 바란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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