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카로 좋은 조건

'혼자 카페'

by 김지은

나는 10년이상, 취미로 혼자카페를 다닌다. 11년 가까이 남친도 있었고, 어릴때는 친구들도 자주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의 카페의 느낌도 좋아하지만 혼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오롯이 나인채로 카페를 다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가는 카페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뭐 여러가지, 간만에 만난 친구는 당연히 수다떨고 까르르 거리느라고 정신이 없고, 또 고민이 있어서 만난 상황에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하고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카페는 그냥 뒷배경이 될 뿐이다. 하지만 혼카는 나랑 카페의 만남이라서 좋다.


주로 혼카는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데 말이 버킷이지 그냥 생활리스트라고 봐도 되겠다. 사고싶은 책, 옷, 물건, 관심이 가는 물건 그런 것들도 적고, 내가 지내다가 생각이 드는 생각도 적는다. 가고싶은 장소, 갔었던 장소, 추억의 장소 그런 것도 적어둔다. 그래서 굉장히 길고 번잡한 그런 핸드폰 메모장 중 하나가 내 생활리스트다.


여기엔 당연히 카페들도 있는데, 10년전 다니던 카페도 아직 유지가 되어있거나 혹은 카페는 그대로인데 사장이 바뀌면서 상호명이 바뀐 곳이라거나 그런 곳도 다시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예전에 갔던 추억의 카페를 다시 간다는 건, 그 당시 내가 걸어서 카페로 향하던 그 길가도 그대로이고 카페를 가는 김에 그 추억의 길도 다 걸어본다는 게 장점이다. 카페주변에 공원이 있다면 겸사겸사 그 공원도 간만에 들려보는 거고. 카페 근처에 내가 좋아하던 어딘가가 있다면 그곳도 들리고. 그런 재미가 있다.


또 사뭇 달라진 느낌을 곰곰히 생각하기도하고 메모하기도하고 감상을 적기도 한다. 예전 카페를 다시가는 건 그런 재미가 있고, 그 당시 같이 온 친구나 남친을 떠올리는 것도 나름의 추억여행이다.


그리고 또 다른 카페는 한 번도 안 가본 카페인데, 새로이 알게 되거나 추가해놓은 카페를 혼자 가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다. 새로운 여행같달까. 1박을 하고오는 여행도 좋지만, 집에 있을 내 고양이도 걱정이 되고 굳이 편한 내 집 침대를 놔두고 이제는 밖에서 자는 게 별로 여행같지가 않다. 그래서 카페를 새로이 가보는 게 내게는 더 즐거운 의미가 된다. 되도록 가까운 곳, 동네나 옆동네 정도나 버스로 이동 가능한 정도만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은 전철로 30분 넘게도 다녀보기도한다. 작년 가을에는 간만에 꽂혀서 10년전 직장에 다니던 길목에 있는 카페를 가보았는데, 카페를 나와서 마주한 저녁노을이 마치 딱 10년 전, 퇴근하던 길목의 그 노을 같아서 그 풍경 그대로여서 너무 황홀했다. 길가마다 나의 추억은,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그런 걸 하나하나 다시 주워드는 게 감격스럽고 기쁘다.


20대때에는 야근하고나서도 뭔 힘이 그렇게 남아돌았는지, 혼자 청계천도 가고 전철로 1시간넘게 홍대의 카페도 들르고, 여의도 근처의 카페도 들르고. 미친듯이 돌아다녔었다. 회사가 당시 서울이어서 좀 더 여기저기 다닐만은 했지만, 그래도 각각 먼거리였는데도 참.


그냥 혼자 다니는 게 재밌기도하고 신선하다. 여전히 그런 감각은 남아있어서 너무 멀지 않게 돌아다닌다. 최근에는 춥기도하고 퇴근하고나면 너무 깜깜해서 그냥 집에 바로 가버리는 일이 많았지만, 서서히 요즘 퇴근후에는 아직 해지기 직전의 파란 하늘이어서 조만간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하겠구나, 라는 낌새를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일단 넓을 것. 주인과 동선이 겹치거나 그런 게 싫고 주인의 시선이 닿는 것도 싫다. 그렇다고 스벅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프렌차이즈보다 개인카페를 좋아하는데, 넓은 매장을 좋아한다. 혹은 프렌차이즈이지만, 좀 더 동네카페 같은 주인의 취미가 묻은 카페를 좋아한다. 통창이 필요하고 떠드는 석, 조용한 석이 나뉘는 분리된 카페도 좋아한다. 대체적으로 조용한 카페를 좋아한다. 뭘하든 신경쓰이지 않는 카페. 자리는 벽타는 자리가 제일 좋고 창가.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단 좋아하는 카페는 그렇지만, 예외가 있는데 정말 엄청 조그만 카페고 자리도 2인석으로 총 4개밖에 없는 카페인데 현재 내 베스트 카페다. 이유는 케이크가 진심이다. 사장님이 내 또래 여자분으로 직접 하나하나 만드는데, 그냥 잡다한 그런 게 아니라 제대로 배운 케이크고 개성이 있지만, 기본에 충실하다. 그런 요리사들 있잖은가, 맛없으면 문닫아버리고 연구하면서 제대로 맛있을때만 파는 사람. 딱 그런 사람. 인스타에서도 케익에 얹는 과일이나 재료상태가 맘에 안들면 과감히 그 메뉴를 내린다고 공지한다. 그런 면이 너무 믿음직하다. 코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할 것 같다. 자기 검열이 강한 사장님은 손님에게 함부로하지 않는다. 그런 게 너무 좋다.


내가 가는 좁은 카페들은 불편함을 넘어서는 내 맘에 꽂힌 무언가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에도 엄청 좁은 카페를 버킷에 그대로 두었는데, 다른 특이점은 없지만, 카페 내에 비치해둔 책들이 너무 다 내 취향이었다. 그래서 얼른 2권 읽어버리고 구매를 위해 메모에 적어두었다. 아직 40권정도 더 있는 것 같던데, 갈때마다 커피마시는 척하면서 구비된 책들 다 읽는 게 내 목표다. 너무 좋아.


결국 나는 실용에 의해 결정하고 선택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실용이 있는 곳을 선택한다. 이런 곳이라면 조금 덜 친절해도 돼. 뭐 어때. 이미 맛에서 그리고 분위기에서 내가 즐거워버렸는데. 다만, 너무 맛있다하더라도 무례한 건 절대 안 되지만.


혼카를 가면 엄청 오래 앉아있을것같지만, 최근에는 좀 바뀌었다. 원래는 카페를 너무 좋아해서 3시간이 기본이었고 주로 일기를 쓰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보는 목적이지만, 무튼 최근에는 뭔가 가방을 무겁게 드는 게 싫어졌다. 그리고 일기를 밖에서 쓰는 건 뭔가 일기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요즘은 초딩때처럼 딱 하루 일과가 끝난 밤에 내 거실 유리테이블에서 쓴다. 그게 루틴이 되어서 굳이 가방에 일기는 안 갖고 다니고, 심지어 내 분신처럼 항상 책은 들고 다녔는데, 얼마전까지는 책도 없이 손바닥만한 작은 가방을 사서 (원래는 보부상이다) 그거만 주구장창 매고다녔다. 그러다보니 가벼운 게 좋고, 카페도 한 번은 책없이 처음으로 가봤는데 오히려 좋더라. 멍하니 앉아 카페둘러보고 멍하니 멍멍... 하다가 커피랑 케이크가 나오고 느긋이 두손으로 뜨거운 커피 호로록 마시면서 꿀꺽. 케이크도 어떻게 생겼나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먹고 먹고. 좀 더 진득한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단 30분을 있는다하더라도 충분히 음미가 가능했고 충분히 즐거워져서 카페를 나와 아주아주 느린 걸음으로 흥얼거리며 집에 돌아갔었다. 나의 카페 만족도는 걸음에서 보여지는데, 카페가 너무 좋고 힐링이 되면 걸음이 엄청 느려진다. 진짜 엄청. 근데 그런 내가 웃기기도하고 재밌다.


최근에는 그래도 카페에서 읽는 책의 분위기가 좋아서 다시 책 한권씩은 들고 다닌다. 집에서 보는 책도 장소가 어디냐에따라 그 감상이 달라지는 게 좋다. 너무 복잡하지 않은 카페랑 잘 어울리는 진심이 있는 책만 요즘은 읽는다. 그리고 예전부터 써온 내 일기장도 자주 읽는다. 이제는 30권이 넘는 것 같지만. 읽을 때마다 그때그때의 나랑 마주해서 새롭고 욕도한다.(ㅋㅋ)


최근에 읽은 내 30대초반이나 20대중후반 일기를 보면, 아... 열받는다. 나를 받아준 그냥 곱게 무시해준 당시 회사분들 선배님들 감사해요. 제가 미쳤나봐요. 지금 골치아픈 객기부리는 회사 다른 팀의 후배직원을 보면 이해가 안 갔는데, 일기를 보니 딱 받아들였다. 아,,, 나였구나. 다행히 내 부서에는 나만 일하기 때문에 위에사람도 아랫사람도 없어 맘이 편하다.


아무튼 내 취미는 영원히 비슷할 듯 하다. 나혼자 사부작거리면서 카페로 여행을 다니는 것. 과거의 나도 만나고 그런 중요한 장소들. 심지어 나는 태어나고 자란 지역, 그 동네 바로 옆동네에 독립을 해서 카페가 내가 자라온 동네에 있는 경우 고향에도 다녀오는 게 가능하다. 어린시절도 생각이 나고, 심지어 초등학교도 도보로 3, 40분 거리라서 천천히 산책겸 걸어서 가면 굉장히 추억에 잠기기가 좋다.


언제는 도통 주변에 카페가 없던 초등학교인데, 갑자기 초등학교 바로 앞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생겼었다. (지금은 대관용으만 사용이 되는 중이라 이용이 어려운 느낌이라 아쉽지만) 그래서 부랴부랴 갔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어릴적 풍경에 혼자 오열했었다(ㅋ)


유명하지 않은 카페라하더라도 그래서 더 좋고 구석에 틀어박힌 카페라하더라도 그래서 더 좋다. 인스타용이 아니라 내 마음 저장용 카페들, 내 발자취로 기억해둘 다시 가고 싶은 그런 카페들을 많이 찾아다니고 두런거린다. 카페는 그냥 내게는 사막 속 오아시스같다. 집도 편하지만 집이랑은 또 다른 새로움, 편안함, 만족이 있다. 집에서 읽히지 않던 책도 카페에서 갑자기 잘 읽히기도한다. 집도 편하지만, 카페는 편함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도 있어서 그런 게 더 좋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수식이 붙는 '내가 편해하는'이라는 조건의 카페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특별하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애정하던 추억의 카페들이 소리소문없이 언젠가 하나하나 닫기 시작했을 때의 상실감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자주 가려고 한다. 카페도 다 기한이 있는 듯 해서, 잘 되던 카페도 갑자기 없어지고만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아린데, 그 카페들의 사장님들은 얼마나 슬프고 괴로웠을까 싶다.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 만든 그 분들의 장소였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없어진 카페 중에는 1호선 독산역 바로 앞에 있던 2층의 카페도 좋았다. 포근하고 봄이 되면 자주 가산길을 걸었는데, 카페 바로 앞에 큰 벚꽃나무가 있고, 역이랑 이어지는 아주 작은 동네의 횡단보도가 있어서 그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너무 낙이었다. 그런데 다시 찾은 카페는 어느 날 미용실이 되어있었고 그때의 상실감은 지금도 역력하다. 이렇게 없어진 좋아하던 카페들, 장소가 많은데 추억도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라 더 아쉽다.


갈 수 있을 때 가고, 할 수 있을 때 하고.


지금 당연히 먹는 카페의 케이크도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지금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커피도 이 맛도 사라질 수 있는 거니까. 소중히 해야지. 언제 또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다시 가볼지 기대가 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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