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터져나온 울음

in 삼덕공원 화장실

by 김지은

간혹 내가 나여도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갑작스러운 울음'이다.


우울증이 있다거나 불안증 이런 거 전혀 없고, 그냥 일반 사람이 겪는 적당한 스트레스, 피로, 강박, 우울, 슬픔, 불안 정도는 건강히 잘 느끼는 편이다. 다만, 몇달전까지만해도 이해가 안 갔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이해를 했다.


안양에는 삼덕공원이 있는데, 20대 꾸준히 안양을 좋아해서 안양데이트로 많이 다녔던 장소다. 그리고 30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여행을 좋아하게 되고 타지역으로 시골로 숲으로 바다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연히 안양은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작년 36살에 간만에 생각이 나서 타지역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돌아와 안양에 들르게 되었다.


주로 20대에는 퇴근을 하고나서 안양으로 와서 데이트를 한 경우가 많아서 안양이라고하면 주말의 낮데이트 외에는 대부분 퇴근 후에 밤풍경을 자주 마주했었다. 정말 간만에 같이 들른 안양, 그리고 우리가 수도 없이 걸었던 공원 초입부터 굉장히 그립고 깊은 감정이 묵직하게 휘감았다. 그냥 멍하니 '우와.. 우와..'하면서 걸었다. 방치되어있다가 한참후에 발견한 어릴적 소중했던 인형을 만난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뭔가 특이했다. 그때부터 자꾸 마음이 고양되더니, 공원 안에 화장실을 들르는데, 화장실 칸을 잠그고 나서 거의 오열을 해버렸다. 근데 왜 우는지 나도 잘 모르겠고, 그냥 울음이 엄청 나와서 화장실 휴지로 얼굴을 틀어막고 숨죽여 엉엉 억울하게 울었다. 억울한 울음, 그게 맞는 것 같다.


화장실에는 나 말고도 들른 아주머니 2분이 친구사이인듯 농담도 던지면서 툴툴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 이야기조차 너무 슬프게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사람의 온기 그런 그리움.


잘 모르겠는데, 그 전체의 분위기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그런 그리운 무언가였나보다. 그래서 얼른 급하게 눈물을 닦아내고 추스리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여전히 그 이후에 왜 그렇게 오열을 한 건지 전혀 모르겠어서 그 날의 일기장에도 의아하게 적어두었는데, 그걸 얼마전에 알게되었다.


그 울음의 이유는 '이미 내가, 우리가 알던 그 장소와 시간에서 많이 벗어났음을 실감했다'였을 것이다.


분명 같은 장소이고 공원자체가 바뀐 게 아닌 건 아는데, 이미 그때의 공기도, 계절도, 시간도, 우리도 더는 없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그래서 막연히 일렁이는 마음으로 별 다른 말 없이 멍하니 '우와...'만 읊조렸고, 뭔가 모를 고양감 역시 슬픔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미 끝난 우리 사이를 직감했던 것 같다.


얼마 후 정말 헤어졌으니까.


간혹 이렇게 뜬금없이 울음이 나오는데, 예전 다른 남자친구와 데이트에서도 하루 종일 울고 싶은 기분에 시달렸다. 그리고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갔었는데, 연극 전 준비시간에 나오는 피아노곡에 몰래 울었다. 그 때도 나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사실은 끝이 났다는 걸. 곧 끝이 날 거라는 걸.


이상하게 머리로는 아직 모르는데, 내 맘이 온 몸으로 느끼는 끝, 마무리가 있다.


그냥 술을 진탕 먹고나서 훅 올라오는 토기운처럼, 그냥 갑자기 훅 올라오는 울음이 있다. 그냥 어린아이처럼 얼굴 구기면서 엉엉 울고싶은 그런 막연한 울음이 있는데 그런 연관이 되는 부분들이 감정들이 신기하긴 하다.


나는 또 언제 그런 울음과 마주하게 될까. 더 작별할 사람도 내겐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또 뭐가 멀어지게 될까. 또 무엇이 나를 엉엉 울게할까. 걱정도 되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설 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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