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도 선택이야
제목처럼 나는 '보류'를 좋아한다. 보류는 정지라기 보다도 어떤 것을 잠시 품에 지니고 계속 걸어나가는 형태 같다. 내 걸음에 같이 걸으면 좋을 것과 그러지 않고 조금은 잊고 지내는 게 더 도움이 될만한 것들에 대해서는 보류를 하여 지니는데, 보류를 선택하면서도 보류를 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에 대해 실망, 아쉬움, 무기력함을 이전에는 꽤 느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의 그날들의 고민 속 내 보류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고 나를 지탱하는 자유로이 하는 어떤 하나의 방법이 되었음을 보류도 나의 용감한 선택이었음을 나를 위한 길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보류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는 '나의 감당'이다. 내가 감당이 되면 지속하고 사용한다. 그러나 내가 감당하기 어렵다거나 그러고 싶지 않다거나 무겁게 느껴진다면 고민을 하고나서 충분히 보류를 하게 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여리고 연약해서 그리고 그런 것보다도 우선 '귀찮고 생각보다 무책임'한 사람이라서 이런 특징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보류'가 정말 중요하다. 내가 느끼기에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럽고 그 무언가가 내 목을 조른다는 생각이 들거나 나를 규정하거나 가로막는다 느껴지면 보류를 못한 그것을 나는 던져버린다. 그런 경험이 너무나도 많아서 최악으로 그것을 던져버리지 않도록 보류를 해둔다.
잃기 싫은 것에 대한 나의 최선의 예의이자 방법이 보류인 것이다.
잃어도 상관없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 던진다. 억지로 등에 이고있는 것만큼 인생에 무겁고 피로한 건 없으니까. 실제로 그런 것들은 던져버려도 오히려 상쾌했던 경험이 많다.
다만 소중한 걸 함부로 던질까 걱정이 되는데, 충분히 생각을 하고 보류를 결정한다.
나는 운전을 하지도 않고 면허를 따지도 않고 차를 갖지도 않는다. 이는 내 철칙인데 불편하긴 해도 그냥 지낸다. 왜냐면, 나는 종종 상상을 하며 사고난 현장에서 도망을 치고마는 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돌발상황이 싫고 나로 인해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너무나도 싫다. 그러면 운전을 아예 하지 않는 게 맞고, 운전은 어떤 계기가 없는 한 내게 영원히 보류가 될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로 사고처럼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라고 생각이 드는데, 아마 이 나이까지 타의적이든 자의적이든 하지 못한 걸 보면 나는 결혼을 할 타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같은 사람 마음을 그리고 천둥번개같은 인생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다 감당할까. 나는 혼자 지내는 데에도 소진이 되는 것도 많고 마음이 무너질 일도 있었고 집을 관리하거나 생활을 하는데에도 종종 겁이 나고 피로해지는데. 한 밤 중 사레걸려서 켁켁거리는 내 고양이를 보고도 심장이 털컥 내려앉는다 그런 내가 결혼이라는 게 감당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같이여서 겪는 기쁨, 행복, 여유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그리고 나는 사람이 변하는 게 마음이 변하는 게 너무 유동적이라서 감당하기가 좀 어렵고 버겁다. 나 혼자만이면 적당한 외로움 쓸쓸함은 있는데, 그것들이 내 맘을 상처주진 않는다. 다만 내가 아끼고 애정하는 사람으로 인해 웃을 일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부서지는 일이 생길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을 가능하면 더욱 보류하고 싶다. 경험해봐서 잘 아는 여러가지가 있으니까 그냥 자신도 없고 그 상처를 감안하면서 좋아하는 상대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의 보류가 훗날 미래의 내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나를 위해 무거운 것들을 선별하고 보류하고 혹은 내게 상처가 되거나 날 공격하는 것들은 미련없이 던져버릴 것이다. 내 발치에도 못 다가오도록 나를 지킬 것이다. 나이가 들면 안전함이 모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