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너무 쓸쓸했던 36살 내 생일

작년 겨울

by 김지은

36살 생일, 그러니까 작년 겨울 이맘때 꽤 쓸쓸했던 태어나 처음으로 많이 최악의 생일을 보냈다.


그냥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안 좋은 일로 독립을 한 해이기도 하고 그 해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내 생일이라는 거라면 의미가 있겠는데, 아무튼 작년에는 기본값이 많이 외롭고 쓸쓸했다. 집에서 도망나오듯이 밀려나오듯이 나온 독립이었고 처음 혼자 맞이하는 여름, 가을, 겨울이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자유 이면에는 책임져야하는 외로움도 함께인데, 1년이 지난 37살 지금은 이 외로움이 편하고 익숙해졌다. 다만 작년에 하도 힘들었어서 그 바닥을 친 기분, 우울의 힘으로 지금 강하고 든든해진 기분이다. 다 필요한 우울, 눈물, 쓸쓸함이었나보다.


올해생일이랑 비교해서 작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게 곁에 있었는데도 힘들었다.


작년에는 남자친구도 있었고, 일도 재택으로 하고 있었고 여러모로 누리던 게 많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별을 해서 혼자이고 일도 다시 출근을 하게 되어서 꽤 다른 상태인데 신기한 건 오히려 지금 살만하다.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다.


작년 생일에 남자친구랑 데이트는 하는 날이었는데, 데이트를 하러 나오긴 했으면서 내 생일을 아예 잊어버린 남자친구로 인해서 나는 너무 속상했었다. 가뜩이나 나는 지금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외로운 상태에 지내는데 너까지 내 생일을, 나를 잊다니 하는 기분에 너무 슬펐다.


오히려 사귀면서 외로웠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 더 외로웠던 적이 많았고, 내 자리가 없었던 적이 많았다.


내 것이 아니고 내 사람이 아니고 내 자리가 아니어서 그렇게 불편하고 이유없이 빗나간 모양이다. 내 마음도 너무 힘들었고.


막상 다 벗어던진 지금은 오히려 기분 좋은 날이 많다. 오히려 혼자이다보니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고 연관되는 부분도 없으니 더 편하고 자유롭다. 오히려 충족되는 부분들이 많다.


요즘은 종종 누군가와 만나는 약속이 있는 경우, 무척 지쳐버린다. 오히려 혼자 다니거나 활동하는데에는 힘이 나고 좋은데, 이상하게 배탈이 잘 난다거나 또 그 약속이나 만남이 끝나고 집에오면 아프던 것도 끝이 난다.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게 좋긴 한데, 가끔은 아 이러다가 사람이 진짜 불편해지겠다, 라는 기분도 든다.


아주 조용한 내 집, 아늑한 내 집, 내 허락없이 들어올 수 없는 내 공간을 가지고 있다보니 원래 혼자 카페도 영화도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은 좀 많이 불편해졌다. 전에는 집이, 가족이랑 사는 집이 더 북적거리고 신경쓰이는 게 많다보니 바깥의 카페나 영화관이 편했는데, 이제는 집이 너무 좋다보니 또 이런 고민이 있다.


그래도 할 건 하게되고,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겠지만.


이상하게 싹을 틔울 준비를 하며 몸을 단단히 하는 검은 콩처럼, 나는 꽤 '혼자'를 잘 지내게 되었다. 작년에 비하면 정말 일취월장이다.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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