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좋은거야

단, 내 의지대로하는 즐기는 것만

by 김지은

나는 꽂히는 거에 굉장히 몰입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반대로 꽂히지 않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다 꽂히고 열심히 해왔는데, 그 동안 전혀 관심을 갖지 못했던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운동이었다. 그런데 그 운동에 드디어 꽂힌 날이 있었으니, 2년전인 2024년이었다. 그때는 또 춤추는 것도 좋아서 춤도 배우러다니고 덕분에 갑자기 살도 확 빠지고 빠진 김에 심심한 배에 복근이나 만들어보자 해서 마침 결혼준비로 다 사용하지 못한 헬스이용권이 있던 친동생에게 양도받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타이밍이란 내 할 일이라면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그리도 첫 운동에 쫄지 않도록 담당 샘도 동생나이대의 어린 선생님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하고 검고 칙칙한 운동기구, 헬스장 내부가 무척 낯설었다. 그래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어물쩡거리던 나를 출근하던 피티샘이 데리고 가셨던 게 첫 시작.


생각보다 재밌었고 몸에서 근육이 어디가 움직이고 어디가 자극을 받는지가 느껴지니 또 재밌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몸이 그리 무르지 않다, 몸의 근육의 움직임이나 이런 게 멍청하지 않다는 게 느껴지고 샘도 바로바로 알아듣고 기구를 움직이는 날 보고 좋아하셨다. 수월한 학생이 들어온 셈이니까.


예상대로 하체근육이 잘 발달이 된 편이어서 나중에는 하체로 120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근데 그것도 그때 잠시고 이후에는 그다지 그렇게 무리하게는 안 한다. 샘의 응원에 부응하려 들었던 무게같다.


역시 예상대로 상체가 약해서 없느니만 못한 팔은 채 5키로도 제대로 못 들어서 낑낑거렸다. 하체보다는 상체가 약한 나는 한의학 체질에서는 소음인에 속하는데, 항상 부실해보이는 어깨나 상체가 좀 아쉬웠다. 그래서 하체보다는 상체위주로 관심이 많이 갔다. 하체도 앞벅지 뒷벅지 안쪽 바깥 골고루 조지는 게 재밌긴 했다. 힙업운동도 재밌었고. 여러모로 전신의 안쓰던 근육들을 체계적으로 조지기 시작하니 하루라도 근육통이 없을 때가 없었고, 심지어 팔운동을 하는데 겨드랑이가 너무 아픈거지. 알고 보니 몸 전체가 재정비에 들어가서 움츠리던 어깨가 돋아나는 듯한 여러가지 체형의 변화를 만드는 통증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나는 팔근육 운동을 하면서 가슴근육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래서 지금도 팔근육 운동을 하면서 가슴근육에 힘을 주어 함께 자극을 낸다.


그래서 운동 전후로 몸의 체형이 꽤 바뀌었다. 비실거렸던 상체나 어깨는 상당히 넓어지고 똑바르고 제일 스트레스였던 가슴팍의 갈비뼈가 보이는 느낌도 가슴근육으로 채우니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몸이 상당히 금방 튼튼해졌다. 살이 아닌 근육으로 채우는 건강한 몸의 변화가 매우 매력적이고 즐거웠다. 그리고 운동으로 인해 변화되는 몸은 자신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내 성실한 운동이 나를 바꾸고 멋지게 만드는 기분이 정말 괜찮았다. 이래서 운동하는 사람 중에 나쁜사람 없는 이유가 운동은 성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도 꽤 맑아지고 정신수양하는 느낌도 더불어 생긴다. 약간 공명하듯이 운동을 반복하며 정신도 통일이 되고 맑아지는 기분이 있는 것이다.


유산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는 쇠질을 참 좋아했다. 그리고 눕거나 엎드리거나 이런 건 속이 울렁거려서 싫고 똑바로 서서, 앉아서 하는 기구운동이 제일 맞았다. 매트운동도 별로. 손에서 나는 쇠냄새도, 기구 후에 손에 물집이 잡히는 것도 다 새롭고 즐거웠다. 횟수나 세트를 올리는 기쁨도 있었고.


특히 상체는 신생아 급이었는데, 5키로에서 10키로, 15키로, 20키로 증량하는 게 너무 즐겁고 좋았다. 살은 갈수록 빠지고 (생전 안하던 운동에 꽂혀서 미친듯이 운동을 하는데 몸이 놀랄만도) 처음 52키로에서 나중에는 45키로를 찍었는데, 식단 같은 거 없이 먹을 거 먹으면서 운동만 했는데 빠졌다. 근데 참고로 나는 원래도 과식, 폭식, 먹는 양이 많지 않아서 그냥 내 몸무게는 단지 운동부족으로 생긴 것이었다. 그러니 다이어트는 식단이 필수라는 것. 나는 예외로 평소에도 식단처럼 간단히 먹는 편이어서 심지어 운동을 하면 입맛도 좀 가시는 기분이 들어서 하루에 한두끼만 먹을 때도 있었으니까, 자체 식단을 한 편이다.


건강해지고 날렵해지는 내가 좋았다. 그러다가 내가 결제한 헬스 일대일피티 횟수도 다 차감이 되고나서는 더 이상 샘의 도움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어느 정도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기구들도 다 섭렵을 했기 때문에 자유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서 더 가깝고 24시간에 어둡지 않은 핑크색의 예쁜 헬스장을 등록해서 자유운동을 했는데, 꽤 많이 꽂혀있을 때라서 진짜 매일 가서 2시간씩 운동했다. 나만의 루틴대로 순서대로 오늘은 상체, 하체가 아니라 상하체 맨날 조지고 마무리는 천국의 계단 속도 5단계로 30분 정도 매번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실 내 인생에 정말 뭐같은 일이 생겼었는데, 그때를 위한 빌드업이었고, 나름의 내 무의식적인 개운을 하던 거였다. 액땜이랄까. 몸으로 떄우는.


유독 그떄는 계속 머리도 안 기르고 바로바로 잘라버리는 게 좋았다. 머리를 자르면 그렇게 개운했다. 그게 개운법에도 속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그 당시 내 운이 뭐같았다는 거겠지. 인생 좀 편해진 2년 후인 지금은 머리가 매우 길어졌다. 아, 그리고 몸무게는 다시 52가 되었다. 하하하하하.


아무튼 운동을 미친듯이 하다가 어떤 큰 일을 겪고 (지난 글의 '그 날') 난 인생에서 탈진이 되어 복싱 링 안에서 녹아웃 된 선수처럼 운동도 그만두고 침대에서 하루종일 자고 자고 자고를 반복했는데, 재택근무였어서 가능했다. 정말 죽은사람처럼 매일 잠만 잤다.


그렇게 헬스와의 인연은 끝났지만, 그 이후에 좀 몸이 나아지고나서는 집에서 아령으로 운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운동을 한다. 3키로 아령 두개를 가지고 어깨의 다양한 각도를 다 조진다. 정확하게 거울을 보며 자세 잡으며. 하체는 안 한다. 오직 상채만 어깨만 조진다.


근데 어깨만 하는데도 서서 운동을 하고 중심을 잡고 아령의 무게를 감당하는 탓에 의외로 어깨만 운동이 되는 게 아니라 허리도, 다리도, 배에도 힘이 들어간다. 작년까지만해도 아직 몸무게도 40대여서 푸쉬업도 정석으로 30개씩 3세트 가능했는데, 살이찌니 몸이 주는 하중이 너무 커서 푸쉬업은 포기.


그냥 꿋꿋이 서서 아령만 열심히 한다. 살이 빠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눈에 띄게 근육이 불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운동을 몇개월 안하고 그냥 편하게 먹고 살을 찌웠다. 그리고나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눈에 띄게 몸이 불어난다. 어깨도 더 늠름해지고 등도 안정감이 있는 골격이 생긴다. 나는 허리수술을 했어서 허리에 길게 수술자국이 있는데, 이게 등근육이 생기니까 골에 파묻혀서 오히려 보이지 않아 너무 좋다. 수술자국을 문신으로 머리카락으로 가리는 것보다 근육으로 음영을 만들어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전에 입었던 옷이 어깨가 끼는 느낌도 반갑다. 지금 늘어난 몸무게는 사실 근육무게도 포함이라 실제로 살이 후덕하게 찐 느낌은 없다. 다만 이제 날도 풀렸으니 산책이나 다시 조깅같은 운동을 하긴 해야하겠다 싶다.


아무튼 운동은 참 좋고 도움이 된다. 외모는 어떻게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화장 제외) 몸은 내 노력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게 좋다. 타고나지 못한 부분도 키울 수 있고 멋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보여지는 결과 뿐 아니라 하는 과정도 당장에는 힘들고 숨이 차고 덥지만 또 내 안에 무언가가 딱 틀이잡혀지는 그런 느낌도 좋아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받거나 신경쓰이는 일이 생겼을때 운동을 하고나면 그게 딱 풀린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나에게 집중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운동을 배우고나서 건강한 운동이라는 취미가 생겨서 좋다. 내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운동이라는 것도 즐겁고 좋다.

작가의 이전글최악의 너무 쓸쓸했던 36살 내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