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적은 바 있듯이 나는 바로 전에 11년 가까운 연애를 했다.
막 힘들거나 울고불고 그런 건 지나서 괜찮고 그냥 종종 추억한다. 갔던 곳이 티비에 나오거나 우리 나라 국내여행지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걸 즐겨보는데 거기에서도 우리가 간 곳이 나오면 드론으로 하늘에서 찍은 장소가 '여기가 우리가 간 곳이 맞아?'하면서 정지 시키고 유심히 본다.
11년을 사겼는데, 그리고 헤어진지 1년도 안 지났는데 자꾸 생각이 나고 기억이 나는 건 당연하지.
보통 장소로 기억을 해내기도 하지만, 또 생각이 나는 건 손이다. 우린 손을 잘 잡았고 매번 국내여행지로 많이 걷는 장소, 산, 휴양림 이런 곳을 좋아했어서 뚜벅이로 거의 6년을 사귀고 차가 생기고 5년가까이 연애를 했으니, 사실 뚜벅이때의 추억도 많이 생각이 난다. 오히려 없을 때, 너도 차가 없고 나도 집이 없었을 때 오히려 우리는 더 서로에게 서로뿐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지킬 게 생기고 내것 니것이 생기다보니 서로 언짢을 일도 많아지고 힘들었다.
자주 손을 잡았고 차가 생긴 후로 이상하게 손을 덜 잡았던 것 같다. 걸음걸이도 너는 반정도 앞서 걷게 되고. 손가 걸음은 서로의 마음 같다. 겉돌기 시작하는 마음도.
그리고 종종 너는 겨울에 내 손을 자기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마치 꼭 챙겨야하는 핸드폰처럼 꼭 손을 야무지게 잡아서 넣었다.
상대의 손을 자기 주머니에 항상 넣어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게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지기까지도 필요한 시간들이 감정들이 있었겠지. 그게 익숙함이 된거고. 따스함이 당연해졌을 것이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그냥 좋아서 당연하게 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준건데, 그게 물질적인 게 환경적인 게 변하면서 내것 니것이 생기면서 너의 차에 태우는 조수석의 내가 남같게 느껴지고, 운전하는 너의 노력이 아깝게 느껴지고. 단시 손을 주머니에 넣는 것처럼 내가 너의 차에 탔을 뿐인데 물질적인 것이 개입이 되면 그럴까. 나 역시 내 집에 너가 오는 것뿐인데, 이것저것 신경쓰고 밥을 하고 청소하고 해야하는 모든 것들이 내 수고로 느껴지기 시작했어.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저 걷는 우리의 다리, 걸음, 따뜻한 손, 주머니 이거면 충분했는데.
니것이 내것이고, 내것이 니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때가 가장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 같아. 그런 뻔뻔함이 있는 게 사랑인 것 같아. 눈치보고 배려하고 이것보다 그냥 당연히 내 사람이지, 당연히 너의 사람이지 라고 할 수 있는 게 진짜 자유로운 사랑의 모습 같아.
너에게 나는 항상 배부른 고양이처럼 굴었어. 너의 애정과 관심이 충분히 느껴져서 당당했거든. 그랬는데 어느 순간 링거에서 똑똑 떨어지는 듯한 애정을 감지덕지로 생각하며 좋게 생각하려 애쓰고 항상 네가 좋아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너의 안색을 살피려 눈치를 보는 나를 자각하고나서는 이젠 아니다 싶었어. 나는 눈치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 눈치를 원래 잘 보는 사람이 아닌데, 네 앞에서 그렇게 되어버렸어.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그만둔 거기도해. 나를 잃는 것 같아서. 그만두고 싶었던 연애였어.
다시 따끈한 갓 산 붕어빵을, 군고구마를 받아서 당연하게 품에 넣는 것처럼, 내 손을 다시 당연하게 자기의 주머니에 넣어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좋겠다. 그게 평생 너이길 바랐는데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