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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Feb 19. 2024

목표는 힘 빼기

-프리다이빙 로그북

1. 이퀄라이징

두 번째 딥스에서 만난 L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그는 레벨 3 테스트를 통과한 다이버였고 레벨 3 라이선스를 소지하면 입수할 수 있는 잠수풀의 폭은 더 넓었다. 집에서 자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고성 풀장이 그런 잠수풀에 속했다. 고성해양레포츠아카데미는 11미터 수심을 탈 수 있는 잠수풀이었다. 이퀄이 막히고, 드라이 트레이닝도 여의치 않자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급함이 몰려왔다. 그때, 고성풀장에 같이 가겠냐는 L의 문자가 당도했다. 다행히 두통이 사라진 뒤였고, 귀의 먹먹함도 나아지고 있었다.  이퀄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무리하지 않고, 그저 수심을 탈 수 있는 새로운 풀장을 하나 알아두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같이 가고 싶어요." 답장을 보냈다.


고성으로 향하는 길이 좋았다. 맑은 날씨도 한몫했다. 고성해양레포츠아카데미는 바로 바다에 잇닿아 있었다. 시설도 쾌적했다. 탈의실과 샤워실 모두 남부대 풀장에 비하면 비좁기 짝이 없었지만 블로거들의 리뷰만큼 열악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물은 무척 차가웠다. 안전을 위해, 전신 슈트를 입은 다이버들만 입장할 수 있다는 안내문은 혹시 낮은 수온 때문이 아닐까 의심될 만큼 물이 찼다. 11미터 잠수풀은  4개의 부이를 띄우면 꽉 찰 정도의 넓이였다. 게다가 사각형 구조로 되어 있어 다른 다이버들을 피해 벽 쪽으로 입수하다 보면 벽에 머리나 몸을 부딪히기도 했다. 다행히 다이버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다이빙을 즐기는 터라 큰 사고는 없었다. 늘 그렇듯 FIM으로 웜업을 했다. 또 이퀄이 막혔다. L은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다른 손은 계속 코를 놓지 않은 채 이퀄 타이밍을 짧게 가져가보라고 조언했다. 한 손으로만 줄을 당기니 몸이 돌아갔지만 11미터 바닥까지 프리이멀전으로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번갈아 줄을 당기던 내 루틴을 유지하면서 다이빙을 하는 게 멘털관리에도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다음에는 양손으로 번갈아 줄을 당기되 당기는 줄의 폭을 좁히고 이퀄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기로 했다. 성공이었다. 두 번 이퀄라이징에 성공하고 나니 긴장은 풀리고 자신감이 생겼다. CWT를 시도했고 L이 건네준 다이브컴에는 10.3미터가 찍혀 있었다. 두 번째 딥스에서 느꼈던 통증은 없었다. 아니, 통증이 이퀄로 미리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왜 압력'해결'이 아니고 압력'평형'인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돌아보니, 5미터 수심에서는 수면 이퀄로 바닥을 찍는 데 충분했기에 물속에서 이퀄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 어쩌면 나는, 5미터 이상의 수심에서 이퀄을 시도했다고 생각했지만 이퀄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퀄에 집중해야 했다.


남부대 풀장에서는 출수 사인이 나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수심을 탔다. 화장실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결심한 바가 있었다.  무리하지 않기. 내 상태를 체크하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존중하기. 여전히 코에서 살짝 피가 비치기에 물 밖으로 나와 햇빛을 쬐면서 쉬었고 L과 각자 가져온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또 한 고비를 넘은 기분이었다. 여전히 첫 12미터 캔디볼을 잡았을 때의 편안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두려움이 사라진 건 큰 소득이었다. 매번 연습 때마다 몸으로 경험한 것을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풀장에 갈 수 없으니 몸으로 경험한 것을 글로 기억해 둔다.


생각보다 더 자주 이퀄라이징 하기.

이퀄라이징은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아니다.

콧방울 주변을 지그시 누르면 나는 '뽁'하는 소리에 가깝다.  

이퀄을 하느라 코를 쥐어짜면 온몸이 긴장된다.

긴장은 이퀄의 적이다.


2. 피닝

2월 두 번째 몰차트레이닝. 토요일 반을 신청한 다이버는 대부분이 강사다. 첫 시간에 강사들이 하는 트레이닝을 따라 하다가 저 세상으로 갈 뻔했다. 오늘은 그나마 기초반을 신청한 (나 포함) 두 명 중 한 명이 결석했다. 나의 운명은 어찌 되는 것인가, 혼자 벌벌 떨고 있는데 강사들은 Y트레이너를 따라가고 혼자 남은 나는 S 트레이너와, 그렇다. 일대일 단독 트레이닝을 했다.............! 일대일 트레이닝이라 함은 곧 한 시도 쉴 수가, 요령을 피울 수가, 얼렁뚱땅 할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풀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를 잡느라 드라이 트레이닝은 건너뛰었지만(할렐루야!) 물속에서 세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몰차노브 트레이닝은 늘 그렇듯 스노클링으로 시작한다. 25미터 풀장을 계속 왕복한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는지 세어 본 적이 없다. 하다 보면 생각이고 뭐고 할 짬이 없다) 몸이 어느 정도 풀리면 무호흡으로 25미터를 간다. 다행히 오늘은 CO2 테이블은 하지 않겠다고 S강사가 말했다. (징징거려서 얻어 낸 결과다) 25미터를 22~23초 안에 끊는 것이 목표다. 먼저 피닝 수를 체크한다. 지난 다이내믹 테스트에서는 25미터를 가는데 20~21초가 걸렸고 피닝 수는 17회였다. 너무 빠르고 피닝 수도 너무 많다. 오늘은 25미터를 가는데 피닝을 24번이나 했다고! 24번이나 피닝을 했다는 건 글라이딩을 전혀 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L강사는 상체를 덜 움직이도록 의식하라고 말했다. 왜 피닝을 할 때 자꾸 상체가 뒤뚱대는가. 골반과 허벅지를 쓰면서 발은 발끝까지 쭉 뻗는 포인트 자세를 유지한다. 골반의 좌우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또한 관건이다. 한쪽 골반에 집중하면서 피닝 한다. 발등으로 미는 동작만큼 발바닥으로 물을 차야 한다. 발꿈치는 쓰지 않는다.  발은 항상 포인트를 유지!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피닝을 카운트할 때 좌우를 번갈아 세면 발바닥으로 차는 동작이 덜 정성스러워짐을 느낀다. 피닝 카운트는 한쪽 다리가 밀고 차는 것을 왕복할 때 원 카운트로. 한쪽 골반에 집중하면서 한쪽 피닝의 왕복을 원 카운트로 셈 하다 보니 글라이딩을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하체가 편해지니 상체의 불필요한 힘도 빠진다. 지금껏 스트림 자세에서 가슴을 내밀고 있었다. 코어에 힘을 주고 배부터 가슴이 등 쪽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도록 자세를 바꾸니 불필요한 긴장도 사라진다.  역시 몸이 기억한 것을 글로 기억해 본다.


다이내믹 스타트 시 입수를 목표로 하지 말고 수평 뜨기에 집중한다.

웨이브로 입수 줄과 10센티 간격을 유지한다.

이 때도 서둘러 피닝 하지 말고 몸과 줄이 일자가 된 것을 확인한 후 피닝을 시작하면 좋겠다.

스트림 자세는 코어에 힘을 주고 어깨로 머리를 쫀다. 가슴은 내밀지 않는다.

피닝은 한쪽 다리가 물을 밀고 차는 것을 왕복했을 때 원 카운트로. 그래야 글라이딩 할 수 있다.

양쪽 골반의 밸런스를 놓치지 않는다.

다이내믹은 경주가 아니다. 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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