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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Feb 18. 2024

휴식도 프리다이빙의 일부입니다

-프리다이빙 로그북

1월 마지막 몰차노브 트레이닝 날, 테스트가 있었다.

스태틱은 3분 13초로 종전 기록을 5초 늘렸고, 다이내믹은 70미터를 통과해서 AIDA 레벨 3 기준 55미터를 가뿐히 넘었다. 11월에 2 레벨을 통과한 후 승급에 마음을 뺏기지 말자고 다짐했다. 2 레벨 신분을 조금 더 오래 누리리라 마음먹었다. 레벨 3는 제주에 가서, 처음 핀을 차고 슈트를 입고 비명을 지르며 겨우 겨우 스노클링을 하던 그곳에서 따고 싶었다. 5미터 풀이 편안해지니 인도어 다이빙은 뭔가 장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주 다이빙 클럽의 시즌 오픈이 4월임을 확인했고 그때까지 몰차노브 트레이닝을 지속하며 때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PB를 갱신하고 보니 욕심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제주가 아닌, 현재 교육 중인 기관에 레벨 3 레슨을 신청했다. 더불어 2월 몰차노브 트레이닝도 등록했다. PB갱신이라는 도파민 때문임이 분명했다. 1월 29일에 PB를 갱신하고, 2월 3일에 몰차노브 2월 첫 트레이닝을 시작했으며 2월 4일, 딥스테이션에서 수심을 탔다. 11월, 12미터에서 캔디볼을 잡고 수심 테스트에는 통과했지만, 레스큐를 할 때 코피가 터졌고 부비동 압착이 왔다. 그 후로 이퀄에 자신이 없었다.  5미터 밑으로 내려갔을 때 또 그 고통이 다가올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영영 수심을 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두 번째 딥스, 먼저 프리이멀전으로 웜업을 했다. 여지없이 귀가 아프다. CWT를 한다. 귀가 아프다. 아프면 지체 없이 올라온다. 이것이 지난 부비동 압착으로 얻은 교훈이다. 세이프티였던 C강사는 '아플까 봐' 올라오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진짜 아프다. 더 내려가면 지난번과 같은 엄청난 통증이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래도 내려갈 수 있는 만큼 내려가 중성부력을 체크한다. FIM이나 CWT로 내려가 턴을 하고 줄을 한 번 잡은 후 손가락으로 링을 만들어 줄을 감싼 채 멈추고 기다린다. 떠오르면 좀 더 내려가고 가라앉으면 좀 더 올라간다.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수심을 체크한다. 프리폴은 숨을 충분히 뱉은 후 피닝을 하면서 내려가다가 중성부력 구간부터 피닝 없이 수심을 타는 것이다. 프리폴을 탈 때 무릎이 굽혀져서 골반이 벌어지니 자연히 줄과 멀어진다. 숨을 뱉고 들어가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긴장하는 것이 분명하다. 중성부력도 체크하고 프리폴도 탔지만 계속 일정한 수심에서 턴을 하게 된다. C강사에게 내가 턴 하는 수심을 물으니 10미터라고. 하지만 10미터도 겨우 짜내서 이퀄을 한 결과다. 욕심내면 안 된다. C강사가 다른 교육생의 레벨 테스트를 하러 간 사이, S강사가 다가와 어려운 점을 묻는다. "이퀄이 안 돼요. 오늘은 안 되려나 봐요"  S강사는 몰차노브 트레이닝의 트레이너다. 그는 부이에 편하게 매달려 마스크를 벗으라고 한다. "오늘은 안 된다. 이런 생각하지 마요. 다 괜찮아요. 이퀄을 좀 더 길게,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이 속도로 해 보세요." 그의 손에 이끌려 15미터가 아닌 32미터 수심을 탈 수 있는 빨간 부이로 간다. "저 무서워요!", "(여기나 저기나) 똑같아요. 괜찮아." 어느새 P강사도 우리 부이로 다가왔다. 편안하게 해 보라는 말을 수면에 남기고 나는 덕다이빙을 해 다시 수심을 탄다. 수면으로 올라오니 마스크엔 다시 피가 살짝 고였다. P강사는 창문 쪽에 걸터앉아 혀뿌리로 공기 올리는 법을 알려 준다. 과연 귀가 더 뚫리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드라이한 상태라 그저 착각일 수 있다.


두 번째 딥스는 그렇게 끝났다. 부비동 압착은 아니지만 귀가 먹먹한 상태가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다행히 통증은 없었다. 설연휴가 끼어있는 열흘 간 풀장에 가지 못했다. 그 사이 놀 수는 없어서 이퀄 연습을 무지막지하게 했다. 온갖 동영상을 섭렵하며 다양한 방법을 검색했고 실행했다. 이 만법의 법칙, 매일 삼천 번씩 일주일을 하면 통한다는 법칙을 한 강사가 주장했다. 그래서, 밤낮 가리지 않고, 자다 깨서도 코에 손을 가져가 이퀄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두 번째 딥스를 다녀온 후 갖게 된 귀 먹먹함이 생겼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도 시작됐다. 아무래도 이 상태가 오래가면 위험할 것 같아서 몰차노브 트레이닝 팀 오픈 채팅방에 도움을 청했다. 강사들의 진단은 이러했다. '무리해서 내이가 부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 '발살바를 프렌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배의 힘이 머리 뒤쪽으로 가면서 발생하는 두통', '쉬어야 함', '동영상 시청 금지'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두드린 조언은 이것이었다. 


"휴식도 프리다이빙의 일부입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일깨워 준 문장이었다. 힘 빼기는 인생의 키워드만이 아니었다. 프리다이빙의 키워드 역시 힘 빼기였다. 여전히 마음은 조급했지만 귀를 보호할 요량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반려견인 뭉치와 긴 산책을 다녀왔다. 두통은 사라졌다. 더 힘을 빼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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