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솔로, 모태솔로 so what?
0화 취미가 있다는 건(1)
0화, 취미가 있다는 건(1)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단체로 놀이공원을 처음으로 가보았다.
경상도에서는 물배라고 부르는데 몇 달 전에 알았다.
물배를 경상도에서만 부른다는 것을,
지구본에서 한국은 작디작은 나라인데 용어와
말투가 달라 지역을 벗어나면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가 되는 게 웃기고 재미있다.
물배는 후룸라이드인데,
초2학년때 4명씩 그룹을 지어 다녔는데
2번째로 탄 놀이기구였다.
다들 앞자리에 앉기를 꺼려해서 등 떠밀려 맨 앞자리에 앉았다.
클라이맥스인 내려가는 그 순간이 무서워 고개를 수그렸다가
후룸라이드의 속력으로
코가 바닥에 눌려 코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정말 아프면 눈물도 소리도 안 나온다.
내 속도 모르고 재밌다고 난리 치는 아이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 이후에 가본 게 초5학년때였다.
같이 놀던 친구가 회원권을 끊자고 하여
며칠 내내 엄마를 설득하고 졸랐지만 역시나 되지 않았다.
친구 엄마의 전화, 딱, 한통으로 1년 연간권을 끊을 수 있었다.
뽕을 뽑듯이 갔다.
학교를 마치면 놀이공원으로 등교를 했다.
거의 1년 내내 갔다. 당연히 겨울에도,
왕복 버스비만 내면 갈 수 있으니,
다 재미있었지만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롤러코스터였다.
짧게 끝나는 물배와는 달리 롤러코스터는 짜릿했다.
내려갈 때마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속이 후련하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아드레날린이 넘쳤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난 살아있지만 말이다.
그다음의 취미는 드라마였다.
어린 시절부터 텔레비전 러버였다.
친구가 없었으니 텔레비전은 나의 친구였고
엄마를 따라 모든 드라마를 섭렵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면 그저 보았다가
중학생 때, 아침드라마에 빠져버렸다.
그야말로 막장드라마에 눈을 떴다.
전개도 빠르고 이해도 쉬웠다.
바람과 이혼, 행복과 불행, 납치되기도 하고
기억을 잃어버렸다가 찾았다가 결말이 눈에 뻔한데,
눈에 뻔한 결말로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문제는 이 아침드라마가 등교할 때 방영했다.
그 당시에는 ott가 없어서 재방송은 언제 할지 모르니
본방사수가 중요했다.
중학생 때는 폴더폰이었는데 DMB라는 기본 tv앱이 있었다.
폰에 내재된 안테나만 잘 조종하면
학교 가는 길에 볼 수가 있었다.
다리는 빠르게 안테나가 움직이지 않게
상체는 고정시키며
자동차와 울퉁불퉁,
튀어나온 보도블록을 조심하고 다녀야 했다.
그런데도 안테나가 잘 안 터지곤 했다.
생각해 논 방안으로는 학교에 가까이 사는 친구집에
일찍 도착하여 친구가 준비하는 동안에
그 집 거실에서 아침 드라마를 보았다.
항상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설렜다.
방학 때는 밤새 내내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대만드라마, 일본드라마, 미국드라마시리즈를 정주행 했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여서 보거나 했다.
일상의 쳇바퀴를 돌며 집과 학교를 다니는 그 당시
나에겐 드라마란 오아시스였다.
지금도 너무나 취미생활이고
드라마작가가 꿈이 되어버렸다.
가을야구시리즈를 하면은 드라마의 피크타임
월화, 수목, 금, 금토, 토일 드라마가
방영이 중단되고 야구가 방영됐다.
일주일을 기다렸던 드라마를 못 보니
얼마나 화가 나던지,
매년 가을만 되면은 드라마가 중단되었다.
야구는 시작하면 빨리 끝나지도 않고
6시 반에 시작한 경기가 11시가 되어야 끝나다니!
매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가을, 겨울은 중요하다.
연말의 드라마 대상을 위해서
1년 중에 인기가 가장 많을 법한 드라마가 선정된다.
그걸! 가을야구로 미뤄야 한다니!
야구중계는 조용하고 룰도 모르니 재미도 없고
치고 뛰는 것에 사람들은 왜 열광을 하는지,
미움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드라마를 좋아하던 21살 당시,
처음이었다. 모든 게 다 처음,
상사병에 걸려 링거를 맞았던 것도,
떠올리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열정도,
온몸이 뜨거워서 겨울이 춥지 않게 느껴지던 것도.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