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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l 02. 2022

면접을 보았다.

페이퍼와 언변으로 증명해야 하는 존재 가치

명찰을 달고 앉아 면접을 보았다.

다시 첼리스트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지원 사업에 기획서를 썼다.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예술가들과 상생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글을 썼다.

밤 새 써서 업로드한 서류들이 면접관 앞에 놓여 있었다.

안경 너머로 서류와 나를 번갈아 보며 질문을 던지는 순간을 견디는 것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페이퍼와 언변으로 증명해야 했던 것은 내가 지원을 한 그 분야에 적격자인지에 대한 존재 가치이자 정말 써진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능력치였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아왔는지, 살아갈 것인지, 첼로를 연주하는 행위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자리가 주어지면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지를 전달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인디밴드 공연을 갈 때마다 자주 들어온 이야기는 <실력으로 증명하겠습니다>였다.

이미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위로를 주는 존재임에도 계속 <증명>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누가 준 것인가 고민했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을 지속하기 위해 예술인임을 증명하고, 계속 활동 중임을 증명하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야만 하는 환경.

물론, 증명하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증명되어 지원을 받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거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무얼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더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예술가들에게 날개를 달기 위해, 소비의 대상, 증명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예술가의 존재 자체를 지지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은 무수한 증명 앞에 선 예술가의 마음을 느껴보았고, 이제 주말 내내 면접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마음들을 느낄 것이다.

이 마음을 담고 담아, 앞으로 함께할 시간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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