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스무 살 독일에서 첼로를 전공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무대에서 손을 다치기 이전, 갓 입학했던 시절로.
돌아가면 너무 무리하지 않고 싶다.
첼로랑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보듬고 사랑하며 차근차근 연습해야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하는 연주가 아니라 조금 더 깊은 소리를 내기 위한, 흔들리지 않는 활 쓰기를 위한 연습을 더 하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곧 다시 손을 다친다 해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슬픔에 빠져 사는 시간 대신 아주 조금씩, 하루에 10분이라도 악기를 놓지 않고 연습하고 싶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20여 년 뒤 손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고, 다시 무대에 선다고, 이전처럼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작은 책방과 미술관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줄 텐데.
돌아갈 수 없으니 지금부터 다시 쌓아나가자.
하루에 10분이라도 연습을 하자.
무리해서 다시 아파지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의 공연을 하며 잘 살아가자. 아마추어 연주자 중엔 그래도 나쁘지 않은 연주 실력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