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ia Dec 26. 2023

참으로 따스한 밤이다

글감: 10년 후 오늘 나의 모습은?

   오늘은 2033년 12월 26일이다. 하루종일 눈이 내려서 온 세상이 하얗다.

23살이 된 첫째는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홀가분하게 독일로 여행을 떠났고,  19살 둘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대학을 바로 갈 것인지, 1년 정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젊음을 즐길 것인지 말이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아빠 키를 넘어 선 두 아들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어릴 적 더 보듬어주지 못한 시간들이 아깝고 미안하다.


   첫째가 방금 전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여기가 엄마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곳이지? 하면서. 반짝이는 Weihnachtsmarkt 사진에서 생강과 계피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둘째는 내일 고등학교 밴드부 마지막 공연을 한다고 열심히 연습 중이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노래하고 춤을 추더니, 결국에는 실용음악과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무대에 선 아이를 보면 많은 감정이 스친다. 외할아버지로부터 엄마를 거쳐 전달된 음악에 대한 마음이 신기하고, 기어코 그 길을 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짠하다. 부디 나보다 더 나은 동료들을 만나도 부러움만이 아닌 동경과 배움이 있기를. 


   남편은 늘 그랬듯 새로운 길을 또 개척했다. 식지 않는 열정이 대단하다. 

아침에는 드디어 남편과 테니스를 쳤다. 그렇게 함께 운동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야 그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다. 내년 여름에는 스노클링도 함께 하려고 계획 중이다. 아이들을 많이 키워놨으니 이제는 드디어 우리 둘의 시간을 다시 즐겨보려 한다.


   2024년 1월에 시작했던 책방은 잘 운영이 되고 있다. 출판사와 서점을 운영하셨던 외할아버지의 피가 내 안에 흐르고 있었다는 걸 2023년에 발견했었고, 용기를 내어 2024년 1월에 첫 책방을 열었다. 

매대가 하나뿐인 우리 작은 책방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 곧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카페 안에 10호점을 내게 되었다. 한 달에 몇 권씩 큐레이팅을 하고, 한 권 당 5부 이상은 가져다 놓지 않는데도 10년 동안 손님이 찾아오신 게 신기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알아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독자들로 인해 감사하다.


   며칠 뒤면 책방 운영도 10년 차에 접어든다. 2034년 한 해는 10주년을 기념해 매달 북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작가였던 지인들, 작가가 된 지인들을 초대하기로 했는데, 첫 초대 손님은 2024년 말에 브런치를 통해 등단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 lemonsoop님으로 결정했다. 그녀의 책 <상처 입고 조금씩 아름다워져 간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위로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행복한 북콘서트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

2023년 오늘 10년 후의 일기를 썼는데, 오늘도 2043년의 일기를 쓰고 자야겠다. 참으로 하얗고 따스한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 오후를 좋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