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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19. 2024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애써 닫아두었던 것들

열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 누르고 있었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르고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

이유도 모른 채 맞고, 이유도 모른 채 다시 억지로 웃어야만 했던 시간.

헐크가 된 아빠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다가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에서 가장 선한 눈빛으로 보배라고 불리던 시절.

아빠의 기분에 따라 나의 잘함과 못함, 착함과 못됨이 오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내게 바른 기준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상대에 기분에 나를 맞추기 위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 채 살았던 시간의 흔적은 여전히 내게 상흔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 무언가 부탁을 하기 위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그렇지. 엄마에게는 부탁을 하면 안 되었지. 엄마의 물건도 절대 쓰면 안 되었었지. 

왜 힘들 때마다 독일에 가고 싶은 건지 알아차려 놓고도 또 바보 같은 기대를 했다.

벽과 벽과 벽과 벽. 그리고 벽. 애써 닫아둔 문들이 열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기적 같은 일들이 잔뜩 일어났다. 여전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이 상자들이 열린 건 아마도 균형진 삶을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천칭의 좌측에는 기적이, 우측에는 과거로부터의 현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인생이라는 기차가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의, 절망과 희망의,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이끄시는 분에 대한 신뢰의 선로가 함께 놓여야 하는지도.


어쨌든 인생은 달려가고 있다. 상자가 이제야 열렸지만 그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직면해야 한다면 직면하자. 그리고 앞으로 가자. 덜컹거리며, 그럼에도 목적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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