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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09. 2024

독일에 가고 싶다.

독일에 가다의 의미에 대하여

오늘은 너무나 독일에 가고 싶은 날이다.

내게 '독일에 가고 싶다'고 느끼는 건 '엄마가 보고 싶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엄마가 보고 싶은데, 그 엄마는 지금 한국에 존재하는 그 엄마가 아니다.

이런 감정이 드는 날 엄마가 보고 싶어야 하는데, 엄마한테 가면 될 텐데, 저 멀리 독일에 가고 싶다니.


며칠 전 엄마가 그랬다.

내가 아빠에게 심하고 맞고 있던 날 곁에 있지 않았던 건 어떤 교육철학 때문이었다고.

부모 중 한 사람이 훈육을 하고 있을 때 다른 한 사람이 다른 의견을 내면 안 된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 한다.

그 뒤로 아빠가 나를 기절하기 직전까지 때리고 있어도 아빠를 막아주지 않았던 거였다.


틀리기를 바랐던 내 기억이 맞았다니.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날, 억울하고 황당했던 날, 매섭고 아프고 슬프고 죽고 싶었던 날의 그 장면 어디에도 엄마가 없었다.

기억 속의 사진을 더듬고 또 더듬어도, 샅샅이 뒤져봐도 엄마가 없던 게 맞았다.

아빠가 훈육이 아니라 분풀이를 하고 있었던 날에도, 엄마는 그러한 교육철학 때문에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숨어있었다니. 나를 위해.


슬플 때마다 독일에 가고 싶었던 이유를 이제야 찾은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슬프다. 

가장 슬픈 날에 30분이면 만날 수 있는 엄마에게가 아닌 저 멀리 독일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오늘 마음이 무너지는 소식들을 들으며 독일에 가면 그래도 나를 안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삼킨다.

그래, 기뻐하자. 가고 싶은 곳은 있으니. 

적어도 내가 살아 있으니.


슬플 때마다 안 슬픈 마음이 들 때까지 슬프다고 말하자.

살아있자. 붙어있자. 그럼 괜찮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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