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이 준 선물
어제 그제는 병원 투어가 있었다.
외과, 성형외과, 뇌졸중센터, 혈액종양내과.
외과에서는 수술 중 떼어낸 조직의 검사 결과를 듣고, 성형외과에서는 복원을 위해 수술한 곳의 상태를 점검했다.
6차 항암 이후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찍은 MRI에서 뇌에 무언가가 발견이 되어 뇌졸중 센터에도 들렀다.
천만다행으로 뇌에 생긴 것은 모양이나 크기를 봤을 때 전이암은 아닐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아마도 뇌졸중이 가벼이 지나간 것일 수가 있단다.
몇 달 전에 인지가 좀 느려지는 느낌, 발음이 더디게 되는 느낌이 있다가 서서히 사라졌던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하니 지금 뇌에 희게 보이는 부위가 인지를 관장하는 부분이어서 그때가 약한 뇌졸중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뇌졸중이라니. 그것도 이미 지나갔다니.
되돌아보니 가슴 쓸어내릴 일이 많은 항암 기간이었다.
성경외과 진료 때는 아직 덜 아문 세 군데 상처를 치료했다. 원래 지금 쯤에는 다 아물었어야 하는데 아마도 당 때문에 늦어지는 것 같다고, 당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한다.
ABO혈액부적합으로 태어나 메니에르, 당뇨, 암, 이석증에 뇌졸중까지.
내 인생 참으로 스펙터클 하다.
외과 진료 때 재미난(?) 일이 있었다.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주치의 선생님이 갑자기 말씀하셨다.
"아참, 그리고, 완전관해 되셨네요."
6차 항암 이후 전신검사를 했을 때 MRI상 종양이 더 커졌다고 했고, 초음파에서도 종양이 보인다고 해서 정말 관해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캐싸일라로 14번 항암을 더 할 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완전관해 소식이라니!
그것도 다른 말을 한참 하다 스치듯 이야기를 들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6차례 했던 선항암이 아주 잘 되어서 암덩어리들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종양인 듯 보였던 건 아마도 염증이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 것인지.
종양이 더 커졌다는 소견을 들은 후 정말 관해는 기대를 못하고 임파선 쪽만이라도 관해 되어 추가 곽청술을 하지 않기만 바랬는데.
물론 눈에 보이는 암세포가 없어졌다는 의미라 후 항암, 방사선, 타목시펜 복용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재발 가능성이 현저히 줄었다는 뜻이기에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후 항암 역시 독성이 없는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게 되어 부작용도 덜하게 되었고.
지난했던 독성항암과 표적항암의 시간.
이석증과 뇌졸중을 얻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감사하게 지나왔다.
우선 죽지 않고 살아있고, 한 번만 며칠 밀리고 일정대로 쭈욱 주사를 맞을 수 있었고, 결국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고 완전관해 되었다.
잊을 수 없는 작년 8월 12일. 조직검사 결과 "암이네요."라는 말을 들은 날.
임환자로 살아간 지 벌써 만 8개월이 다 되어간다.
큰 산을 두 개 넘기고 몇 개의 오름을 앞두고 있다. 후 항암, 방사선, 타목시펜 복용도 한 걸음씩 잘해봐야지.
이 글을 읽는 지금 항암하고 계신 분들이 꼭 완전관해 되셨으면, 5년차 되신 분들이 완치 되셨으면 좋겠다.
나 또한 앞으로 5년 뒤엔
"아참, 그리고, 완치되셨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