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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과 괜찮음에 대한 고찰

항암 후유증의 향연

by Sonia

귀 어딘가에 작은 돌이 돌아다닌다.

항암 후유증으로 이석증이 생기곤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있는지도 몰랐던 내 몸속의 돌이 제자리를 벗어나니 온 세상이 핑핑 돈다.

치료사 선생님이 내 나이면 원래 한 두 번 치환술을 하면 낫는다면서, 아무래도 수술로 몸이 많이 힘들어져서 아직 낫지 않는 것 같다 하신다.

컨디션이 나쁜 것 같지 않은데 내 느낌과 몸상태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으니 자꾸 집안일이 눈에 보인다.

어제는 기어이 장 속 그릇들을 정리하고 싱크대 주변을 박박 박았다.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답답함을 참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몸을 쓰지 않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일까?

씩씩한 것과 몸이 앞서는 버릇을 멈추어야 하는데 오늘도 난 혼자 병원에 가서 이석증 치료를 받고 각종 서류를 떼고 일처리를 하고야 말았다.


암이 다 낫기까지는 아프지 않아도 아픈 척, 피곤하지 않아도 피곤한 척해야 한다는데 나는 여전히 아파도 안 아픈 척, 피곤하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중이다.

아니, 실제로 마음은 괜찮다 느끼지만 몸이 자꾸 아니라고 한다.

이런 나는 괜찮은 걸까 그렇지 않은 걸까?

내 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만큼 나의 괜찮음이 어디쯤의 괜찮음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손발이 많이 저리고, 손톱은 덜렁거리고, 세상이 핑핑 돌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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