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ia Apr 15. 2021

나의 삶을 바꾼 만남

한달글쓰기with세바시#4

오늘 어떤 하루셨어요?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누린 시간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오늘 오랜만에 그리웠던 장소에 다녀왔어요. 가는 길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그 자리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감사했고, 행복했어요.
언제까지 그곳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더 깊이 가지게 된 하루였어요.

어제 글을 읽어주신 Francis 작가님께서 노래를 하나 추천해 주셨어요. 옥상달빛이 부른 '가장 쉬운 이야기'였는데, 들어보니 행복이 하나 더 쌓이는 느낌이었답니다. Francis님 감사해요!
* 노래는 이번 글 아래에 붙여둘게요! 들어보셔요.. :)

오늘은 하샤 님이 '영향력'에 대한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발해볼게요..!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누군가의 행동

제 삶에 영향을 끼친 행동은, 저를 온전히 품어주고 사랑해주는 행동이었어요.

상처 받아 가시 돋친 저를 이상하다 여기지 않고, 이해할 수 없다 하지 않고, 저의 모습들을 사랑으로 받아주었던 행동들이 제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쳐주셨어요.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내면의 아픔을 걷어낸 후 회복될 온전한 저를 신뢰하며 바라봐 주셨지요.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가요?

제 '삶에 영향을 준 누군가'라고 하면 늘 두 분이 떠올라요. 제가 어린 나이에 유학에 갔을 때, 저를 사랑으로 보듬어준 분 들여요.

OOO첼리스트의 딸로 늘 부담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저를 온전히 Sonia로 받아준 분들이었어요. 마음을 많이 다쳐 가시를 지니고 살아가는 저를 온몸과 마음으로 안아준 분들이죠.

늘 거절당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곁에서 속삭여주는 것 같았어요.


J라는 분은 성악을 전공하고 있던 분이었는데 늘 저를 위해 연습실을 잡아주셨어요. 성악은 2시간만 연습하면 된다며 자신의 연습 시간을 내어주셨죠.

설마 2시간만 필요했을까요? 저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어버린 거 있죠? 본인도 조금씩 쉬며 연습할 공간이 필요했을 텐데.. 뺀질거리는 저를 붙잡아 연습을 시키고 대학에 붙이고 싶은 마음이셨던 걸 후에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들의 말로 힘들어할 때, 그래서 비뚤어지려고 할 때.. 자기 앞에서는 모든 것 다 해도 된다고.. 힘이 되어준 분이셨어요. 도망치고 싶고, 죽고만 싶었었는데.. 그렇게 누군가 응원해주는 것을 느끼게 되니 점점 삶의 의욕을 찾을 수 있었어요.


M언니는 늘 엄마 같았어요. 자기도 가난한 유학생이었으면서, 집을 구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저를 반년이나 품어주고 집을 내어줬어요. 작은 방 하나와 거실 하나가 문 하나로 구분되어있는 좁은 다락방이 우리의 집이었어요.

제가 레슨을 망치고 힘들게 집에 도착한 날, 아껴두었던 한국 라면을 끓여준 것이 기억나요. 맵고 짠 그 국물이 너무 뜨거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언니가 너무 고마워서 그랬는지.. 자꾸 눈이 축축해졌었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언니는 밤마다 저를 위해 울면서 기도했대요. 제가 너무 힘들어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나 봐요. 언니의 사랑과 기도가 저를 키웠어요..


3년 전 독일에 연구하러 다시 갔을 때에도 언니는 또다시 엄마처럼 저를 품어줬어요.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임에도 언니 눈엔 제가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가 봐요.

도착한 날,  한 달간 쓸 수 있는 Frankfurt용 정액권을 준비해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는데 인터뷰하러 Bonn으로 떠나는 절 위해 기차비를 봉투에 넣어 주었답니다.

가족도 아니고, 한국에서부터 안 것도 아닌..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어린 저를 품어준 두 분은 제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주셨어요. 스스로 쓸모없다 여기고 우울하게 살던 제게 희망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셨고, 나도 저분들처럼 누군가를 살리며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해 주셨어요.


그 사람으로 인해 당신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J와 M.. 두 분으로 인해 제 일상에는 조금씩 빛이 들어왔어요. 스스로 미워하고. 모두가 다 나를 미워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제 삶에.. 사랑받을 가능성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두 분께 감사드려요.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치던 저에게 온전한 사랑을 부어주셔서 저 또한 누군가를 품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늘 회색 같았던 제 일상에 '행복'이라는 것이, 노랗고 파란 무언가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나요?

저는 제 삶에 선한 영향력을 주셨던 분들을 닮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분들이 제게 했던 것처럼 지금 당장에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가시가 돋쳐있고, 누군가를 아프게만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박수해주는..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며 기도해주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준비되었을 때 손 잡고 걸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면 저는 그 두 분께 진 마음의 빚을.. 그리고 지금까지 제 인생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신 분들에 대한 사랑의 빚을 갚아나갈 수 있을 거예요.



요즘에는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자주 들리네요.

대명사처럼 쓰여서 왠지 인별에서 '공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진정한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아닌가 해요.

결국 우리 각자는 모두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존재이겠지요.


특히, 사람이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참 큰 것 같아요.

가시돋힌 저를 그냥 두지 않고 상처를 입을 각오를 하고 안아주신 두 분 덕분에

제가 이제는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어요.

희생과 헌신으로 저를 살려주신 두 분이 제게는 진정한 인플루언서가 아닐까 해요!


악한 영향력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상의 한 구석을 쓸어나가는 우리이기를 기도해봅니다.

아픈 일을 대하는 마음에서부터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마음까지 말이예요.


[주제와 관련된 세바시 강연 링크]

https://m.youtube.com/watch?v=rFwZqtPc-Ss&feature=youtu.be

[Francis님께 추천받은 노래]

https://youtu.be/sp5CBEJb7Xk

가장 쉬운 이야기 | 옥상달빛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 누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