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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08. 2021

내 인생의 스승님

함께글쓰기| 스승의 날

원래 어제 제가 글쓰기 모임에 글감 질문을 올리는 날이었는데, 그만 시간을 놓쳐버렸어요. (미안해요, 우리 팀!) 어제는 각자 자유주제로 글을 쓰고 오늘은 제가 질문을 나누었어요. 감사 인사의 기회가 많은 5월, 잠시 잊고 살았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서로 감사를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월은 서로를 챙길 수 있는 날이 참 많아요.

특히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 있지요.

살아오면서 만난 선생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신지, 그분이 왜 기억에 남는지 궁금해요.


1. 나를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신 선생님

2. 내 인생을 변화시켜주신 선생님을 알려주세요!

그 선생님과 어떤 추억이 있나요?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셨나요?


우리의 5월, 조금 더 사랑하며 서로를 살리는 한 달이기를,

서로를 찬란하게 빛내주는 시간이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학교를 참 오래 다니고 있어요. 벌써 24년째 대학 - 대학원 공부를 이어가고 있네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학부만 세 개.. 대학원도 두 개째예요. 원래 절대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공부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나 봐요. 초~대학 2학년까지 안 하던 공부를 이제야 몰아서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오랜 기간 학교를 다니면서도 '스승'이라고 말하고 싶은 분들은 만나지 못했어요. 특히 초, 중, 고 시절에는 너무 많이 맞기도 했고, 선생님들께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물론 제가 어렸을 적에는 많이 아파서 예뻐할 구석이 없었고, 사춘기 시절에는 맞을 만한 행동을 꽤 많이 하는 말썽쟁이 학생이었기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그런지 제가 선생이 되고 나니 저와 같은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혀요.)

그러다 보니 스승의 날마다 학교에 찾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그램에서 울며 선생님을 추억하는 사람들도 너무 신기했고요.


그런데, 대학교에 가서 드디어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1. 나를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신 스승님

첼로를 전공하다 손을 다친 후 독일에서 새로운 전공을 시작하고.. 그 공부도 아파서 중단한 후 우여곡절 끝에 한국 대학에 편입을 했어요. 결혼식 전 날 합격 소식을 듣고, 신혼여행 때 OT가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신혼 때 늦깎이 대학생으로 다니게 된 학교였죠.


학교 입학 후 정신없이 한 학기 동안 공부를 했는데.. 2학기 시작 전에 학교에 어려운 일이 생겼어요.

이후 몇 년간 개인적으로도 학교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 상황 속에서 한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수업을 들을 때마다 인생 전반에 걸쳐 가지고 있던 질문들이 하나씩 해결되어 갔어요.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죠. 너무 힘든 시간 속에서 그 수업 하나가 유일한 위로가 되었어요. 일주일 동안 그 수업만 기다려질 정도로요.  학기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쉽고.. 수업을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생각지 못한 기회를 통해 교수님께 몇몇 학생들과 함께 더 깊이,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매주 3시간씩 공부를 하면서 제 전공 분야에 새로운 눈이 뜨였어요. 봐도 봐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꼬여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경험.. 그 시간 동안 아, 이게 진짜 공부였구나, 공부가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이었구나를 경험했어요. 저의 인생은 그분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느껴질 만큼, 인간적으로도, 전공 분야에서도.. 저를 너무 많이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신 스승님이세요.


작년 12월 사랑하는 저의 은사님을 코로나로 보내드렸어요.

너무나 뵙고 싶어요. 사실.. 떠나신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저를 성장시켜 주신 우리 교수님.. 저의 은사님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2. 내 인생을 변화시켜주신 스승님

저를 성장시켜주신 교수님을 통해 배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후 가르침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어요. 이렇게 배운 것을 혼자만 가지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상황이 열리는 대로 주어지는 상황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제가 아는 만큼, 제가 소화한 만큼.. 아직 그 분야를 접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해서 소화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기쁨이에요.


2019년부터 제 사랑하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어요. 제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뛰었고.. 어떻게 하면 한 명 한 명이 가진 빛을 스스로 알게 하고 빛내도록 함께 할까 고민이 되었어요. 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매 수업시간이 기다려졌어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학생들을 사랑해도 되는 건지, 대학교의 선생이 학생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었어요.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표현해도 되는 걸까.. 어디까지 나누어도 되는 걸까 고민이 깊어질 때쯤 지금 제가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 한 교수님을 만났어요.


수업 첫날, 비닐봉지 가득 들린 빵과 음료가  눈 앞에 놓이는 데.. 그 상황이 너무 생경했어요.  

그날 이후 교수님은 매 수업 시간마다 빵과 음료를 자비로 사 오셔서 저희 석박생들에게 선물해 주셨어요.

식사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다음 수업으로 달려가는 저와 제 친구를 걱정해 주시면서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 애를 쓰셨고, 당뇨가 있는 저와 채식주의자였던 석사 선생님을 위해서 통밀로 만든 빵, 햄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골라 사다 주셨어요. 

어느 날에는 저희의 이름이 찍힌 공책을 한 권 한 권 나눠주셨어요. 학부생들을 위해서 만든 건데, 몇 권이 남아서 저희 것까지 만드셨다고 하시면서..


매 수업마다 엄청난 양의 자료를 제본해서 나눠주시고, 과제도 꼼꼼히 자필 코멘트를 달아주셨어요.

타과 학생이다 보니 용어도 어렵고, 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고 교수님께서 해주신 코멘트대로 수정하는 것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얼마나 깊은 관심으로 배려해주시는 것인지.. 제가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 보니 더 깊이 느껴졌어요.

수업 시간에 나누는 질문들도 교수님 입장에서는 황당한 것들도 있으셨을 텐데, 학생 한 명 한 명의 생각을 깊이 들어주시고, 동의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면서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을 따뜻하게 이끌어 주셨어요.

학생들을 바라보시는 교수님의 눈빛에서는 늘 하트가 푱푱 나오는 듯했어요. 그 수업은 전공과목이 아니었기에 교수님의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는, 그 과에 속하신 선생님들이 너무 부러울 정도였어요.

타과 학생이었지만.. 저희에게도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베푸시는 것들을  사랑으로 받으며 '선생'으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들이 하나 둘 해결되었어요.


제 첫 은사님께서 제 인생을 성장시켜주셨다면,  교수님은 제가 어떤 선생이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어요. 학생에서 선생이 되는 길.. 얼마큼 학생을 사랑해도 되는지, 얼마큼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누어도 되는지.. 그 기준을 알려주셨어요. 교수님을 뵈면서 한 사람으로의 인생에서 '선생'으로의 인생으로 변화되어갈 수 있었어요.


저는 두 분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선생이지만.. 제게 부어주신 두 분의 사랑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살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제게 배운 것들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

스승의 날을 맞아.. 하늘에 가 계신 제 은사님과 제 인생을 '선생의 삶'으로 변화시켜 주신 교수님께 마음 깊이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이 감사를 담아.. 제게 맡겨진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준비하여 전달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여러분께는 어떤 선생님이 계신가요?

어떤 기억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선생님과의 좋은 기억을 나누어 주시면,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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