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는 외화를 벌지 않는다.

by ESD피카츄

3줄 요약

유튜버는 외화를 벌지 않는다.

스트리머 산업은 국가경쟁력이 없다.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는 많을수록 손해다.


국가 경제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측정되는가. GDP, 무역수지, 1인당 소득 등 여러 지표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외부 충격에 대한 자체 복원력"으로 귀결된다. 전쟁, 팬데믹, 공급망 붕괴 상황에서 자국민의 의식주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산업 구조가 곧 국가 경쟁력의 실체다.


마르크스의 용어를 빌리자면, 제조업과 1차 산업은 경제의 하부구조다. 문화, 콘텐츠, 엔터테인먼트는 그 위에 세워진 상부구조다.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의 잉여 위에서만 존립한다. 잉여가 사라지면 상부구조는 붕괴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달러를 번다"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실체가 드러난다.

국내 시청자가 90%인 채널의 경우, 광고주는 한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이 집행한 광고비는 원화에서 달러로 환전되어 구글로 유입되고, 45%는 구글 본사로 유출된다. 나머지 55%가 크리에이터에게 지급되지만, 그 소비 역시 상당 부분 수입 소비재로 재유출된다.


이것은 외화 획득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마케팅 비용이 해외 플랫폼을 경유하여 유출되는 구조다. 크리에이터는 외화를 버는 것이 아니라, 내수 광고비를 수수료만 플랫폼에 상납하고 정산받는 디지털 소작농에 가깝다.


물론 해외 시청자 비율이 높은 채널, Kpop 음원 수출처럼 실제로 외국인의 지갑에서 돈이 유입되는 경우는 다르다. 그러나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극소수에 해당하며, 이 극소수의 성공을 근거로 산업 전체를 정당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생존자 편향이다.



"그렇다면 숲(SOOP)이나 치지직 같은 국내 플랫폼은 어떤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수수료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으니 괜찮지 않은가.

문제는 수수료의 국적이 아니라 산업의 본질적 부가가치다.


스트리밍 플랫폼 위의 콘텐츠 생산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1. 기술 축적이 없다. 10년 차 스트리머가 1년 차보다 나은 점은 구독자 수뿐이다. 제조업 엔지니어 10년 차가 가진 기술, 노하우, 특허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2. 생산수단이 소모성이다. 스트리머의 자산은 본인의 얼굴, 화술, 그리고 시청자의 관심이다. 이것은 설비나 특허처럼 축적, 양도, 상속할 수 없다. 트렌드가 바뀌면 증발한다.


3. 고용 승수 효과가 미미하다. 제조업 1명 고용은 협력사 4~7명의 파생 고용을 만든다. 스트리머 1명 성공은 매니저 1~2명을 고용할 뿐이다.


4. 실패 시 전환이 어렵다. 제조업 경력은 타 제조업으로 이동 가능하다. 스트리머 경력 5년은 이력서에 쓸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년층의 희망 직업 분포다. 유튜버, 스트리머, 아이돌, 인플루언서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공대는 기피되고, 제조업은 3D 업종으로 인식된다.


콘텐츠 산업은 본질적으로 winner-take-all 구조다. 상위 0.01%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 99.99%는 경력도 기술도 없이 30대를 맞이한다. BTS의 성공은 경이롭지만, BTS가 되지 못한 수만 명의 연습생은 어디로 갔는가. 이들의 10대 후반~20대 초반은 회수 불가능한 매몰 비용이 되었다.


한편 제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숙련공의 고령화, 기술 전수 단절, 결국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반도체, 조선, 자동차로 대표되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설비가 아니라 숙련된 인적자원에서 나왔다. 이 인적자원이 콘텐츠 산업으로 빨려들어가면, 남는 것은 텅 빈 공장과 경력 없는 30대 집단이다.


배우, 아이돌, 인플루언서, 스트리머 등 이들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는 것과, 국가 정책이 이 쏠림을 조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류가 국가 브랜드를 높인다"는 주장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팔 제품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LG 배터리가 없는 한류는 태국 관광 산업과 다를 바 없다. 이미지는 좋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내밀 카드가 없다.


모든 국민이 제조업과 생존 필수재 서비스업에 종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반 없이 상부구조만 비대해진 경제는 외부 충격에 무방비다. 콘텐츠 산업의 번영은 제조업이 만든 잉여 위에서만 가능하다. 잉여를 만드는 자가 사라지면, 그 위의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국가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스트리머를 배출했는가로 측정되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 자국민을 먹이고, 입히고, 지킬 수 있는 실물 생산 능력 이것이 유일한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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