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 사회는 극단적으로 만들고 계급화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고 넓은 정보의 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반대로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하는 것은 같은 관심사와 취향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유유상종의 장인 것 같다. 관심사가 특정한 사람들이 거대한 모임을 이루는 것. 그것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진영을 응원하는 사람이 진보 진영의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맘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육아 하는 남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브런치 역시 비슷하다. 글 쓰는 사람들 - 그리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지 책이나 글 등에 관심 없는 사람이 여기 모여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새의 커뮤니티는 매우 극단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다. 커뮤니티만이 아닌 그냥 사람들 자체가 극단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에 추천 피드에 비혼 권장 방송이라는 글이 올라와있길래 클릭해 보았다. 간밤 텔레비전에 나온 방송으로서 연예인 부부가 육아문제로 싸우고 있었다. 남편은 일 년 중 절반을 외국에서 돈을 벌고 - 부인은 갓 태어난 아이를 혼자 독박육아를 썼다는 내용.
댓글은 전부 부인을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한강이 보이는 좋은 집에서 돈 잘 벌어다 주는 남편이 있는데 뭐가 육아가 힘드냐는 것이다. 같은 영상의 또 다른 댓글은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너무나 눈에 띄게 안 보인다고 말하며 부인이 이해된다는 글이었다.
같은 동영상에도 각기 다른 평가가 달린다. 그것은 괜찮다. 다만 '비혼 권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상을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에 매우 우려되었다. 이는 사회의 다른 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내가 맨 처음 아이폰을 사용할 때 (나는 아이폰을 3g시절부터 사용해 왔다)는 그냥 미국에서 들어온 신문물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지만 지금의 아이폰은 젊은 세대에는 아이폰이 없으면 유행에 뒤처지고 뭔가 빈곤해 보이는 - 극단적인 형태를 뜻하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뭐든지 계급화시키고 상황이든 물체든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세태에 대해서 매우 우려스럽다.
중간이 없는 사회에서 관용을 얻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만고만한 것을 견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아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은 없어지고 모 아니면 도에 속해야 하니까.
극단적으로 가난하거나 극단적으로 부자거나, 그 가운데서 열심히 사는 사람은 그냥 무색무취의 어떠한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 평범한 것을 견딜 수도 -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으니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을만한 것 - 평범한 것도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소비한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기술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 세상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것도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에서는 사회의 모든 것들이 극단적으로 - 왜곡되게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나는 이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사실 별거 아닌 일들도 극단적으로 크게 만들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2차 3차로 세상을 왜곡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면서 큐비즘 그림처럼 원래의 상황은 그것처럼 보이는 형태만 남고 나머지는 다 뒤틀려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가 절대적인 상황인양 받아들인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점점 원래의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는 '팔리는 콘텐츠' '좀 더 자극적으로'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좋은 관심이던 나쁜 관심을 얻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불량한 도파민을 자극한다. 아 그럴 수도 있지. 저 사람도 사람으로서 살기 쉽지 않은가 보다.라고 혼자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쉽고 간단한 수단을 통해 이미 가공된 콘텐츠를 극단적으로 소비하는 댓글들이 또 달린다. 가공된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관심 (어쩌면 돈)을 벌기 때문에 계속 가공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원래의 대상이 어떤 형태였던지 관심은 없고 도파민을 위해서 쉽고 가볍게 소비한다. 댓글을 단 사람 중에서는 나도 해볼 만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형태를 변모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사상과 콘텐츠들의 정당성을 위해서 나와 같은 동지들을 불러 모은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형태가 계급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사회는 다른 사람의 눈을 엄청나게 신경 쓰고 어떻게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낫다는 자위를 위해서 온갖 계급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지만 이렇게 아이폰 같은 별거 아니고 쓸데없는 것까지 계급화를 만드는 사회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상한 것조차 극단적으로 - 계급화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이 사회는 아이폰조차 계급화시키는 쓸데없는 주류가 어디서부터 굴러들어 온 것인지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잃어버렸고 타인과 다른 (멋진) 나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들을 포장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계급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거대하게 모여 사회의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 거기에 눈치 보고 붙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겠지.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은 상관없는 것일까? 아니면 저 사람은 그냥 저렇게 사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일까? 어차피 지금의 사람들은 원래의 형태가 어땠는지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돈도 안되고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