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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리뷰합니다 1. “조커”

일상이 무너진 자의 절규

by 김병장병장

21세기의 최고의 화제작이자 문제작 중 하나는 단연 <조커>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인간 내면을 지독하게 탐구하는 연출과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몸무게 감량도 불사한 열연은 이 영화를 단숨에 전 세계 영화 관객들이 열광할 만한 작품이자 화제작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문제작으로서의 <조커>는 명감독과 명배우에 기대지 않는다. 이 영화의 백미는 주인공 아서 플렉이 일상이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점점 광기를 지닌 폭력적인 조커로 변해가는 그 일련의 과정에 있다. 직장을 잃고, 자신의 정신적 마지노선이었던 치료센터마저 문을 닫으면서 조금씩 내재된 감정을 분출해 나가는 아서 플렉의 눈빛과 몸짓은 바로 문제작 <조커>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의지하던 모든 것들이 거짓과 조롱으로 점철될 때, 동시에 아서 플렉에게서 조커가 깨어나는데, 이는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환원할 수 있다. “당신의 일상이 무너졌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 질문은 영화 <조커>를 2019년 최고의 문제작으로 만드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다. 관객들은 러닝타임 내내 일상이 무너진 아서 플렉에게 감화돼 조커로 변한 그의 폭력에 일말의 동정심과 통쾌함을 느낀다. 양손에 빵과 약봉지마저 뺏기면 이제 남은 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총과 칼밖에 없다는 것을 통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감정의 기저에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일상과도 맞물려 있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고담시는 뉴욕을 본떠 만들었다. 실제로 영화 속 많은 장면이 뉴욕시에서 촬영됐다. 영화의 시대 배경은 1970년대 혹은 1980년대로 설정됐지만, 현재의 정치적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재정 부족으로 복지 시설이 폐쇄되고, 부의 양극화가 극명해져 이제는 막을 도리가 없는 사회다. 영화는 도시와 시대를 다르게 설정해 관객과의 거리를 두는 듯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아서 플렉이 놓인 상황이 곧 오늘의 우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선 질문은 훨씬 더 고차원적인 문제로 변한다. 어쩌면 감독의 질문에 머리와 가슴이 따로 대답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조커>는 단순히 한 남자의 파멸을 다룬 범죄극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사회의 균열, 그 틈에서 천천히 자란 고립과 분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불편하고, 그래서 오래 남는다. 영화가 끝나도 감독이 던진 “당신의 일상이 무너졌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조커>가 2019년 최고의 화제작을 넘어 지금까지도 문제작으로 불리는 건, 그 질문이 스크린을 넘어 우리의 현실 한가운데서 여전히 메아리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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