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쁘지 않을 거 같다

by 김병장병장

이젠 더 이상 많은 고배를 마시고 얻는 성취가 무더운 여름날, 심히 목마른 상태에서 들이키는 시원한 콜라 같지가 않다. 너무 많은 실패 끝에 남은 건 상심과 자기혐오뿐이라, 상처 뒤 흉터가 남은 마음엔 결국 해갈이 되더라도 환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아쉽지만, 그렇게 결국은 기쁘게 되기 어렵고 만다.


누가 그러던데, 어른이 되는 과정은 인생의 그래프가 널뛰는 구간에서 평정심을 찾게 되는 걸 필수 코스로 거친다고 한다. 무덤덤해지는 것, 그게 비로소 어른에 한 발짝 다가가는 거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고비의 순간에 균형을 찾는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토록 바라던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다가왔을 때조차 무덤덤해지는 걸 포함한다는 생각이 들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어른이 되면 인생의 기본값이 이렇게 잔잔하기만 한 걸까.


슬픈 건, 내 모습이 점점 그렇다는 사실이다. 어느 순간 꿈에 그리던 장면들, 아니 그저 그렇게 바라왔던 순간들이 눈앞에서 펼쳐져도 가벼운 환호성보다는 안도감과 ‘다행이다’라는 평안함만 남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주인공 기쁨이가 마음속 감정을 조종하는 콘솔을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이젠 내 안의 기쁨이는 다른 감정들에게 그 자리를 내준 것 같다.


안타까운 건, 잘 성장한 어른이라면 슬픔이나 분노, 까칠함 같은 감정들이 마음을 주도하더라도 그 역치가 분명할 텐데, 내 마음은 유독 ‘기쁨이’만 요원해지고 다른 불편한 감정들만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보다, 감정의 허술함이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런 짜증스러운 내 성장 스토리를 차치하고, 내 신경을 가장 긁고 있는 건 이제 기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원하던 순간, 바라던 말들, 오래 고대하던 이야기들을 마주해도 결국은 기쁘지 않고 무덤덤하게 ‘다행이네’라고 혼자 속삭일 것만 같다는 점. 더 비참한 건,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 기쁜 척 거짓말까지 하게 될 것 같다는 사실이다. 이런 게 성장 아닌 성장, 어른 아닌 어른이 되어가는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뒷맛은 씁쓸하지만, 내 일기장처럼 흘려보내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이런 말들을 써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이젠 기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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