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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Next Story Aug 01. 2017

"청양고추 씹어가며 졸음 참는다" 휴식 없는 버스기사들



지난 달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이 안타까운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 운전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잡고 졸다가 브레이크도 밟지 못한 채 서행하던 승용차를 덮치며 다중 추돌사고를 낸 것이었다.


그런데,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뜻밖의 민낯이 드러났다.


바로 버스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업체의 무리한 배차 등 버스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


사고를 낸 버스 운전기사 역시 전날 오후 11시 30까지 16시간 동안 버스를 운전한 뒤, 사고 당일인 오전 7시 15분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며, 하루에 16~18시간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전국 버스 운전기사들이 휴식 없이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며 졸음운전 등 각종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근 이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게시간을 뺀 근로시간은 한 주에 40시간으로 하루 8시간을 넘을 수 없다.


근로시간을 연장하려면 노사가 합의해야 하며, 합의하더라도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가능하다. 곧,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간 최대 52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는 것!


하지만 놀랍게도 버스업종은 예외다.


근로시간특례법인 근기법 제59조에는 일부 사업에 한해 예외를 두고 있는데, 버스 업종을 포함한 운수업, 보험업, 통신업 등에 한해 주 12시간을 넘어 초과근무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실제로 졸음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찌르는 건 물론, 청양고추를 씹으며 운전하는 버스 운전기사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


다음 차를 운전하기까지 4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있지만, 이는 식사 시간을 포함한 것으로 장기간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처럼 열악한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섰다.



출처: 뉴시스



먼저, 정부는 버스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광역버스 운전자의 연속 휴게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확대하는 것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수도권 광역버스의 경우 회차 지점 및 환승 거점에 휴게시설을 만들고 도로시설 개선 및 졸음 쉼터까지 확대하는 등 인프라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출처: 경기도청



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올해 말 도내 12개 시군이 참여하는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버스 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배차를 조정하고, 버스 기사를 늘리기로 한 것.


버스 기사 수를 올해 100명에 이어, 내년부터 4년동안 4천 명의 버스 기사들을 추가 양성해, 1일 2교대를 정착시키기로 했다.


또한 전방 추돌 위험이나 차선이탈 시 경보와 진동을 울리는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버스 2천400대에 장착하고, 6년 이내 출고된 버스 5천 600대에 후방 접근 감지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굿모닝 Miri (출처: 경기도청)



이 외에도, 현재 운행되고 있는 경기도 2층버스 33대를 내년 초 143대로 늘리고, 모바일 예약전용 앱 '굿모닝 Miri'를 통해 광역버스 좌석을 예약하는 서비스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전기사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버스 이용객과 기사 모두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청양고추까지 씹어가며 졸음을 참는 수많은 버스 기사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은 첫차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막차보다 더 늦게 자며 고된 업무를 강행하고 있다.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 그리고 배우자인 소중한 이들의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과 사회적인 관심이 더욱 촉구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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