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희 Oct 26. 2021

향수 - 1

어느 겨울밤의 기억



언덕을 올라간다. 강아지가 짖는다. 할머니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는 조용해진다. 감나무 옆에서 쓱 내려다보시고는 문을 열고 반겨 주신다. 마당과 집 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닌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주방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공장에 계신 할아버지께 말씀을 드리고 들어와 있는다. 할머니께서 상을 가져오시면 왼쪽에 동생이 앉는다. 팔이 부딪히는데도, 장판에 그어진 선 옆에 제자리 마냥 앉겠다고 고집을 피워본다. 할아버지께서 보시고는 허허 웃으신다. 파란 무늬 그릇에 담긴 양파 계란 프라이, 설탕이 뿌려진 토마토, 된장국. 다 먹고 TV를 보다 얼굴이 발개질 정도로 따뜻한 온돌방에서 스르륵 잠이 밀려온다. 조금 느린 뻐꾸기시계가 울어대자 동생과 서로 잠을 깨운다. 미닫이문을 열자마자, 데워진 몸에 겨울이 스며든다. 검은색 크레파스를 칠한 것처럼 시커먼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로등 불빛같이 휘영청 밝은 달이다. 눈꽃이 핀 것처럼 이름 모를 별들이 하늘에 맺혀있다. 처연한 개밥바라기 빛을 한동안 바라본다.


찬장의 믹스커피를 볼 때마다, 카스타드를 베어 물 때마다, 버터와플이 보일 때마다, 천장을 유영할 때마다 기억을 회고하며 만감이 교집한다.





Kodak Ultramax 40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