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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희 Jul 25. 2021

단상

일상의 단편집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앞길을 상상해본다. 내 나침반은 어느 한 곳을 가리키지 못한 채 흔들리며 회전한다. 방향성 대신 막연함으로 가득 차 있다. 성의, 기회, 책임, 선택, 의무 따위의 단어가 떠올랐다가 가라앉길 반복한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머릿속에 맴돌기만 할 뿐 밖으로 튀어나와 적히지 못한다. 엉킨 것을 풀어내다 보면 또 다른 부분이 서로 얽힌다. 생각하면 머리가 피곤해지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몸이 피곤해진다. 이래저래 피곤한 인생이다. 이럴 때면 훗날 대신 종종 지나간 시절을 반추해 보곤 한다.


결핍이었다. 늘 무언가가 없어졌다, 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부족했고, 고갈됐고, 사라졌다. 해소하지 못한 갈증이 은은하게 자랐다. 갈망도, 가치도, 욕망도 그 무엇 하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제멋대로 튕겨 나가곤 했다.


사소한 계기가 모여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 허다했다. 기로마다 수많은 가지가 뻗어 나갔다. 크고 작은 선택을 할 때마다 흔들리고, 꺾이고, 휘어졌다. 부러진 자리에서는 새순이 돋아났다.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나뭇잎이 바람에 팔랑거렸고 그 사이로 하늘이 비스듬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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