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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Dec 22. 2020

입사 29일 차, 자기 계발을 꿈꾸다

크레마를 충전시켰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강남에 있다.


나는 강북에 살기에 출퇴근 시간을 합하면 2시간 30분 정도가 나온다. 입사 한 달 차에 접어들자 슬슬 이 출퇴근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시간 30분씩 일주일만 해도 12시간이 넘는데, 이대로 내버려 두면 난 바보가 될 것 같아.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너무 단조로워 바보가 될 것 같다는 말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바쁘다. 그러나 사무실 안에서 바쁜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닌 '회사'를 위해서 바쁜 것이다. 그곳에서 날 위한 시간은 없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 강남에 도착하는 순간,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한 명의 고용자에 불과하다.


우리 회사는 퇴근도 6시가 아닌 7시이다. 그래서 집에 오면 8시는 기본으로 넘는다. 물론 회사 멀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녁 없는 삶'인 것은 분명하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생각이 들었다. 아,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못하겠다.



돈 버는 기계가 된 것 같다는 말은 애써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한 게 맞다. 그만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만한 대가를 받는다. 그러나 돈만 벌어서는 내 마음이 충족되지 않을 것 같았다. 거창한 말로 '자아실현'이라고나 할까. 내 삶의 가치를 조금 더 올릴만한 습관을 하나 만들어야 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주 5일 잡혀있는 지금의 생활 사이클 안을 비집고서 말이다.


물론 지금 나는 업무 외의 여러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창작과 비평> 계간지를 읽고 매주 미션 글을 남기거나, 이렇게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려 독자를 늘리고 작가로서의 내 가능성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내 출퇴근 시간에 하는 일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책장에 꽂아두었던 크레마를 꺼냈다. 너무나 오래 쉬었던 책 읽기를 다시 하기 위해서.



크레마를 충전시켰다


원래 종이책의 질감을 좋아해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써본 적은 없던 크레마였다. (심지어 내 것도 아닌 가족 구성원의 것인데 내 방에 있다) 종이책처럼 잉크로 화면이 표시되는 형식이 나름 신선했으나, 그만큼 기계임에도 반응 속도가 느려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역시 변한댔나. 갑자기 크레마에 애정이 생겼다. 정확히는, 출퇴근 시간에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 크레마를 애용하기로 했다.


크레마를 다시 쓰기로 결정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책을 빌리는 일이었다. 가족 구성원의 대출증 찬스를 빌려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소설책을 대출했다. 빌린 날을 기점으로 6일이 남았다니 이 글을 쓰고 2시간 뒤면 5일이 남았을 것이다. 책을 매일 2시간씩 5일 동안 읽으면 한 권을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이젠 장편소설 하나를 다 읽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도 잊어버렸다. 다시 읽는 습관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맞긴 한가보다.


부디 내가 책 읽는 습관을 제대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에 어디서 듣기로는 사람이 한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3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는 건 오늘로 22일 차, 나름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제 다시 쓰는 것만이 아닌 읽고 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그래도 명색이 (자칭) 작가인데 최근 읽은 책 제목 하나 댈 수 없으면 부끄러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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