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그믐 Jan 01. 2021

1월 1일 =?

먹고 자고 읽고 보고 쓰고

한 달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직장인 습관이 몸에 남아있다고 오늘도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카톡을 보니 친구들은 다들 자정까지 잠들지 않고 버텼던 모양이었다. 하트로 끝맺음된 기분 좋은 새해 인사를 속속 도착해 있었다. 새해 연휴의 첫날 아침이니만큼, 나도 기분 좋게 그들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잠은 깼는데 일어나긴 싫은 상태가 되었다. 몸도 찌뿌둥한 것이 딱 그날인 것 같아 더 일어나기 싫었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넷플릭스를 돌아다녔다. 봤던 영화를 잠깐 틀었다가 금세 싫증내고, 추천으로 올라온 영화를 줄거리 검색해보고 해서 몇 개 들여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잠이 쏟아져 눈을 감았다. 


다시 일어나니 오후 2시~3시 사이였다. 순삭 된 오전을 뒤로한 채 드디어 일어나(아침에도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긴 했다) 책상 앞에 앉았다. 일어나기 직전 주문한 파스타를 기다리며. 그래도 새해 첫날이니 혼자서라도 고상하게 즐기고 싶었다. 왜 그런진 몰라도 그 '고상함'을 위한 메뉴로는 파스타가 제격인 것 같았다. (사실 파스타를 주문한 그 식당은 청포도 에이드 맛집이었다) 파스타가 도착하고 나는 다시 넷플릭스를 틀었다. 그리고 아침에 보다 말았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메멘토>를 감상했다. 원래 너무 좋아하는 감독이라 기회가 된다면 영화 리뷰 매거진에 따로 리뷰를 남기고 싶다. 뭔가 극적인 반전이라기보다는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싶은 내용이었다. 내 눈엔 주인공이 너무 불안해 보였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1940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나니 새해는 금세 무료해졌다. 씻지 않아서 밖에 나가긴 싫고, 새해 인사를 가족, 친척들한테 돌리기에는 그리 싹싹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누워(...) 이번엔 크레마를 들었다. 저번에 읽다 만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마저 읽을 요량이었다. 출근길에 몇십 쪽 읽었던 기억이 다라 오늘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완독은 못했지만 100쪽 넘게 읽고 나서 크레마를 껐다. 나름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부분이라 아마 내 컨디션이 조금 더 버텨준다면 이 글을 마치고 다시 읽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브런치에 2021년의 첫 글을 쓴다. 아마 오늘 브런치 통계를 내본다면 신규 글 업데이트 수가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늘 그렇듯 새해 목표는 거창했다가 12개월 동안 점점 하나씩 현실과 타협하며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1월 1일은 항상 상쾌한 어감으로 다가온다.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다 리셋시키고 새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나는 이 기분을 즐기기도, 늘 그랬듯 불안해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새해 첫날이 10분 정도 남았다. 2021년 1월 1일은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2021년 1월 2일을 나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다.


다들 해피 뉴 이어!



매거진의 이전글 예쁜 나이 25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